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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웅장한 기암괴석·오색단풍 어우러져 장관

입력 : 2009-11-05 18:07:17 수정 : 2009-11-05 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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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절벽 위 54m 구름다리 ‘아찔’
시들어야 다시 태어난다. 낙엽이 지기 전까지 화려함을 자랑하는 가을 단풍이 주는 가르침이다. 일교차 때문에 당분을 과잉 축적하는 가을의 나무는 엽록소 파괴를 경험한다. 그래서 녹색 대신 빨강과 노랑 등 여러 색소를 드러내게 된다. 나무에게 단풍은 겨울을 앞두고 하는 체질 개선이다. 사람과 기업체로 비유하면 신체 리빌딩과 구조조정이기도 하다. 단풍의 남하 속도가 빠르다. 10월을 코앞에 두고 설악산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이 월출산까지 내려가고 있다. 월출산에도 단풍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때는 11월 중순쯤이다. 그때는 가을을 정리하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때다.

◇여성 등산객들이 달이 뜨는 월출산을 대거 찾았다. 바람폭포와 구름다리로 월출산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지만 여성들은 구름다리 쪽으로 방향을 튼다.
전남 영암 월출산에 다녀왔다. 달이 뜨는 월출산은 단풍의 절정을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의 김병창씨는 “월출산의 단풍은 다른 산처럼 도드라진 표시를 내지 않고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지 못해서다. 이는 월출산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면적은 56.1㎢다. 지리산 등에 견줄 필요도 없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 중에서 넓이가 작은 축에 속한다. 월출산은 다른 산맥과 능선이 이어지지도 않는다. 남도 서남쪽 끝자락에 우뚝 솟은 산일 뿐이다. 거기에다가 바위산이다.

일순간에 산을 뒤덮을 환경 자체가 아니다. 그나마 당단풍나무, 사람주나무, 검약옻나무 등이 남녘의 산을 지키고 있다. 암석과 절벽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잘 적응하는 나무들이 고맙다. 난대림과 온대림이 서로 어깨를 견주며 비탈의 햇빛을 나눠 갖는 모습도 좋아보인다.

평지에서 솟구쳐 올라온 바위봉우리를 비롯한 기암괴석을 보고 금강산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다. 산이 달에 걸려 있을 때의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이미지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표현을 먼저 끄집어내는 주민도 많다. “남쪽 고을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그곳의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으로 오르더라”고 노래한 김시습이나 ‘신선이 노는 선경’으로 월출산을 묘사한 윤선도나 조선시대 학자들의 표현은 적절하다. 그 표현대로라면 월출산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월출산은 찾은 때는 10월에서 11월로 달이 바뀌던 때다. 마침 전국에 늦가을을 생각나게 하는 가을비가 내렸다. 이 비가 멈춘 뒤 며칠 지나면 월출산의 색감도 보다 붉은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그 기대감으로 ‘달을 품은 산’을 앵글에 담았다.

◇바위산으로 알려진 남녘의 월출산에도 단풍이 들었다. 구름다리 아래의 바위산들은 절벽 같지만, 군데군데 자리를 잡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있다.
월출산 최고봉은 809m 천황봉. 감상포인트는 아무래도 구름다리와 바람폭포다. 대표적인 종주 코스인 천황사와 도갑사를 잇는 9.4㎞ 구간에 있다. 월출산 입구를 거쳐 천황사를 지나자,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150명 넘는 여성들이 단풍보다도 빨리 월출산의 색감을 바꿔 버린다. 진주에서 버스로 3시간을 달려 여성들의 발걸음과 목소리가 마냥 경쾌하다. 이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등산길에 오르자 추월은 애당초 생각하지도 못하겠다.

이윽고 갈림길. 바람폭포와 구름다리로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많은 이들이 구름다리 코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서너 명만이 바람폭포로 방향을 튼다. 수려한 폭포를 보고 싶어서다. 대부분 말라 있는 바람골 계곡에 이날은 마침 물이 흘러내린다. 등산을 방해하는 비가 내렸지만, 비는 월출산 감상에 훌륭한 선물로 작용했다. 바람폭포 주변을 오르면서 월출산이 ‘돌산’인 것을 새삼 자각한다.

바람폭포 주변을 타고 올라가면서 멀리 구름다리를 쳐다본다. 다리의 장관보다도 기쁨을 만끽하는 등산객의 목소리들이 계곡물과 조화를 이뤄낸다.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때는 31년 전인 1978년. 노후한 다리는 2006년 새롭게 만들어졌다.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다리 앞의 시루봉이 낮아 보일 정도로 구름다리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구름다리 아래 지상까지는 120m가 되는 현수교다. 산에 위치한 다리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발아래 아찔할 것이다. 구름다리 길이는 54m. 20∼30m 지점에서는 오가지 못해 현기증을 느끼는 등산객들이 잠시나마 산을 찾은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래도 월출산을 찾는 등산객들 중 70%는 이 코스를 택해 구름다리를 건넌다고 한다. 월출산의 1년 등산객은 30만명. 그러니 1년에 20만명은 구름다리에서 ‘아찔함과 스릴’, ‘탄성과 환희’를 동시에 경험한다. 월출산 제일의 비경은 그렇게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에서 바라보는 동쪽 능선은 월출산이 주는 선물이다. 영암 읍내와 서쪽 능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다. 최고봉 천황봉을 내려와도 월출산은 여전히 선물보따리를 가득 안고 있다. 구정봉이 보인다. 정상의 너른 암석 바위에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웅덩이의 물은 마르지 않아 개구리가 서식할 정도다.

구정봉 주변의 바위들을 중심으로 월출산에는 12대 기암이 있다. 삼장법사 바위를 필두로 손오공·저팔계·사오정 바위가 산 곳곳을 지킨다. 이들 바위와 함께 남근바위와 여근바위, 고인돌바위 등 12개 바위를 쳐다본다. 월출산은 어느새 자연의 조각바위로 뒤덮인 ‘예술품의 산’이 된다. 이곳을 보면 ‘3개의 신령스러운 바위가 있는 지역’이란 뜻에서 영암이 유래했다는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은 여전히 살아 있는 설명이 된다.

월출산 등산의 마무리는 도갑사에서 하는 게 자연스런 흐름이다. 도갑사는 신라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보물 89호인 석조여래좌상과 보물 1433호인 5층석탑을 비롯해 현재 보수 중인 국보 50호 해탈문을 보려고 도선사를 찾는 이들도 많다.

영암=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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