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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연기한 남자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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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29 16:26:14 수정 : 2009-10-29 16: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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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타가 스타를 연기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설정도 없을 것이다. 외모와 인기 등이 맞아 떨어졌을 때는 흥미진진하지만 때로는 도무지 납득 불가능한 인물이 ‘스타’로 등장해 의아함을 주기도 한다.

<풀 하우스>의 정지훈

드라마 <풀 하우스>에서 정지훈이 맡은 ‘이영재’ 캐릭터는 원작 만화에서의 주인공인 라이더 베이가 그러하듯 빼어난 외모와 몸매, 출신 배경이 주는 귀족적인 분위기에 엄청난 인기를 소유한 특급 스타이다. 전작 <상두야 학교가자>에서는 가난하지만 구질구질하지는 않은 사연 많은 제비 역할로 안방 극장에 쑥 들어온 정지훈은 두 번째 작품인 <풀 하우스>에서는 정 반대되는 캐릭터인 까칠까칠하고 자기중심적인 스타를 연기한 것이다.

일단 정지훈의 훤칠한 키와 조각 같은 몸매는 타고난 외적 조건에 자기관리에 철저한 스타를 표현하기에 적역이었다. 작품 초기에 유난히 운동을 하고 달리는 장면이 많았던 것도 이런 외형적 특성을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방영 당시의 계절은 마침 노출이 자연스러운 무더운 여름이었기 때문에 효과는 충분했다. 또 한은정은 정지훈이 맡은 이영재의 절친한 친구이자 디자이너로 등장, 뭘 입혀놔도 그림이 되는 몸매를 가진 정지훈이 여러 가지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충분한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당시 이미 한류 스타였던 송혜교는 정지훈과 좋은 콤비를 이루며 몸을 사리지 않고 망가지면서도 특유의 귀여움을 한껏 발휘하며 다양한 화제를 낳았고 결과적으로 <풀 하우스>는 시청률은 물론 가수 비의 아시아 진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매번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팬들을 사로잡아왔던 비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아시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전 아시아에 걸친 <풀 하우스>의 성공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즉 이 드라마를 통해 정지훈은 자신이 연기한 것 ‘이영재’처럼 아시아 스타로 도약했고, 아시아 시장의 석권은 지금의 월드스타로 비상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정경호

반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정경호는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이자 스타로 설정된 캐릭터였음에도 납득이 잘 가지 않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당시 신인이었기 때문에 처음 드라마에 출연한 서지영보다도 인지도가 미약했고, 많지 않은 분량에도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혜영에 비해 존재감이 부족했으며, 머리부터 발 끝까지 패션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파격적인 스타일을 보여 주었던 소지섭에 비해서는 볼거리나 매력도 한참 뒤쳐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경호 덕분에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주인공인 소지섭과 임수정의 매력을 폭발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특히 소지섭은 이 드라마에서 이 전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스타로 등극하는데 방점을 찍게 된다. 정경호는 비록 드라마에서는 스타를 연기했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에는 연기자가 된 케이스이다.

<오버 더 레인보우>의 환희

아이돌 출신의 가수가 연기를 시작한다면 여러 모로 많은 부담을 안고 출발할 수 밖에 없다. 경력이 길고 훌륭할수록 더욱 그렇다. 특정 분야, 특정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하지만, 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할 경우 새파란 신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기존의 팬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도 있고, 필요 이상의 안티 팬을 대거 양성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의 연기자 진출은 계속되어 왔다.

<오버 더 레인보우>에 출연한 환희 역시 세련된 외모와 뛰어난 춤과 가창력으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출신으로,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 그는 극중에서 실제 자신의 모습도 닮은 구석이 있는 가수 렉스를 연기했다. 아직 어리던 학생 시절에 가수가 되고, 또 빠른 속도로 스타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마음에 상처를 입어 자기 방어 기질이 다분한 일종의 ‘나쁜 남자’ 역할이었다.

천재 가수이자 실력 파 스타인 렉스의 캐릭터는 환희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지나치게 다채로운 나머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되어 환희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기에는 너무 힘겨웠다. 게다가 환희를 비롯해 신인으로만 구성된 주연들의 연기는 시청자의 눈에 불편하도록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웠고 시청률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졌다. 즉, 렉스는 기실 환희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었으나, 절반의 성공 혹은 가능성만을 보여준 아쉬운 캐릭터로 남았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정준호

고(故) 최진실이 출연한 마지막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중년의 스타가 등장한다. 주연진의 평균연령이 서른 예닐곱이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스타는 당시 서른 아홉이었던 정준호가 맡았다.

그는 할리우드에 무사히 진출해 한류를 넘어선 스타 이병헌과 똑똑한 미녀 스타 김태희와 함께한 최근작 <아이리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타 보다는 연기자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만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만큼은 스타의 위치를 잃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서른 아홉에 평범하고 촌스러우며 곤궁한 생활에 쪼들리는 아줌마와의 로맨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실에 입각한 완벽한 스타보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간적인 스타가 훨씬 어울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남이시네요>의 꽃미남 그룹 A.N. JELL

<미남이시네요>의 아이돌 그룹 A.N. JELL은 아이돌이 대세를 이루는 지금 트랜드에 순정만화적 상상력이 예쁘게 가미된 남장여자 1인을 포함한 꽃미남 밴드이다. <미남이시네요> 역시 아이돌 스타와 다수의 누나 팬을 보유한 꽃미남 연기자가 동시에 출연하고 있지만, <오버 더 레인보우>와는 다른 절묘한 궁합을 자랑한다. 특히 닮은 꼴 스타로 매번 거론되는 FT 아일랜드의 보컬 이홍기와 장근석은 <미남이시네요>에서 같은 A.N. JELL의 멤버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데 두 꽃미남의 팬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캡쳐를 ‘건질’ 수 있는 만큼 매우 즐거움을 주고 있다.

먼저 실력과 외모, 음악성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황태경 역을 맡은 장근석은 전작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에 버금가는 진지하면서도 까칠한 말투에 차가운 성격을 보여준다. 외모에서도 짙은 스트레이트 흑발에 진한 아이라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지만 아직까지는 얼마 나오지 않은 멜로 부분을 연기할 때는 냉정함 속에 미묘한 표정연기를 보여주며 팬들의 심장을 콩닥거리게 만들곤 한다. 반면 이홍기는 경쾌하고 낙천적이며 애교가 많은 성격의 제르미 캐릭터에 맞게 밝게 염색한 머리카락에 다소 장난스러우면서도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주로 달콤함이 묻어 나오는 색상의 의상을 보여준다. 응석을 부리거나 질투를 하는 코믹한 모습도 거리낌없이 연기하는 모습은 실제 이홍기 특유의 귀여운 매력을 극대화시켜 놓은 것처럼 무척 잘 어울린다.

<별을 쏘다>의 홍은희,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신민아, <온에어>의 김하늘, <도쿄 여우비>의 김사랑, <스타의 연인>의 최지우, <그저 바라 보다가>의 김아중까지 여자 배우들 역시 종종 스타를 연기하곤 한다. 이들 또한 스타에 비해 다소 아쉬운 작품도 있고, 실제와 역할이 딱 맞아 떨어지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캐릭터와 실제 인물의 연결이 도무지 불가능한 배우가 있기도 하고, 스타를 연기한 후 비로소 스타가 된 배우가 되기도 한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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