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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와 동거하는 아들…100일간의 기록

입력 : 2009-10-25 22:32:20 수정 : 2009-10-25 22: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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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EBS 다큐프라임… ‘참매와 나’ 대학생 박상원(21)씨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훈련시키는 응사(鷹師)의 아들이지만 아버지도, 아버지의 일도, 그리고 아버지가 키우는 동물들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그가 군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에게 매 사냥을 전수받겠다며 100일간 참매와의 동거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매사냥은 점차 자취를 감춰 현재 우리나라에선 박용순 박찬유 응사 두 명만이 전통 매사냥의 명맥을 잇고 있다. 사진은 아버지 박용순 응사에게 매사냥을 전수받겠다고 나선 대학생 박상원씨.
EBS ‘다큐프라임’은 휴머니즘이 담긴 자연다큐멘터리 ‘참매와 나’를 26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한다.

상원씨의 아버지는 대전 동구 이사동에 ‘고려응방’이란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를 세우고 낮에는 송골매, 참매 등을 훈련시키며, 밤에는 옛 문헌속의 매사냥을 연구하는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8호 박용순 응사다. 평생을 매사냥에 빠져 가정이라곤 돌볼 여력도 없었는데 아직까지 매사냥 이수자 하나 못 냈다. 매사냥에 관심이 있어도 개인이 매를 소유하거나 포획하는 것이 금지돼 배워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40년이나 한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생각에 상원씨는 입대 영장을 받은 날 매사냥을 이수받겠다고 했다. 처음엔 매를 손등에 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쳐다만 봤다. 밤에는 함께 잠을 잔다. 매를 길들이는 응사는 밤이나 낮이나 매와 떨어져서는 안 되고, 사람 많은 곳에 매를 데리고 나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줘야 한다. 참매 똥도 치워야하고, 참매 먹이가 되는 메추라기도 키워야 한다. 조금만 소홀하게 해도 아버지의 긴 잔소리가 이어진다. 훈련의 강도는 날마다 세진다. 때때로 참매를 데리고 시내에도 데리고 나간다. 천하의 고집쟁이에 오만한 매를 길들여 꿩사냥을 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렇게 100일이 흐른 뒤 상원씨는 야산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친구가 된 매를 보내준다. 그리고 상원씨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한다.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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