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風流)라는 말은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온 말이다. 이 말은 삼국사기에 실려 전해진다. ‘격황소서(擊黃巢書)’를 써 당의 대문호들을 놀라게 했던 신라의 최치원은 난랑이라는 화랑을 위해 만든 비문에 “나라에 현묘(玄妙)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고 썼다. 풍류를 “도의로써 몸을 닦고 노래와 춤을 즐기며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는 것”이라고도 했다. 화랑은 ‘풍류도’에 기대어 신라 강토 곳곳을 누비며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마음을 수양했다.
이런 전통은 고려로 이어진다. 팔관회에서는 양가의 남녀가 나라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춤과 노래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그들의 춤과 노래에도 나라 걱정의 뜻이 담겨 있었으니 신라의 풍류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시대에는 풍류의 뜻이 조금 달라진다. 조선은 성리학이 지배하던 사회다. 밤낮없이 사서오경을 읽었던 조선 선비들은 자연을 벗삼아 시를 읊고 음악을 즐기는 것을 풍류로 받아들였다. 나라 걱정도 했지만 그들의 풍류에는 개인적인 여유가 더 큰 자리를 차지했다.
오늘날에는 풍류라는 말의 색깔은 좀더 부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리 나쁜 뜻도 아니건만 풍류객이라는 말에는 언젠가부터 ‘놀기 좋아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개발연대에 피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 눈에 혼자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한강르네상스’를 둘러싸고 풍류라는 말이 다시 오르내린다. 서울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민에게 여유를 즐길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며 개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강 다리 위에는 전망대를 세우고, 다리 밑에는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둔치 외진 곳도 빠짐없이 개발할 모양이다. 서울시는 이런 계획을 ‘어번 테라스’니 ‘도시갤러리’니 하는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말로 포장하고 있다. ‘하이 서울’이나 ‘시니어 패스’ 같은 국적불명의 외국어도 남용하고 있다. 옥에 티도 유분수다. 빈 깡통이 요란스럽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모두 영어공용론자들인지 헷갈린다. 풍류라는 의미를 제대로 아는지도 의아하다. 무엇보다 한강변에 놀러갈 시간도 없는 서민들에겐 외국어로 덕지덕지 화장한 한강르네상스는 그림의 떡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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