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서울현충원 관계자는 20일 “오늘 오전 8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가족이 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묘역으로 쓸 마땅한 곳을 둘러봤다”면서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영면할 묘역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묻힌 곳 사이에 있는 약 80평 규모의 국가유공자묘역을 사용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 묘역은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와 오른편에 있는 이 전 대통령 묘역과 중간 지점인 왼편에 조성된다”면서 “박 전 대통령 묘역과는 350m 떨어진 곳이라 정적 관계였던 두 분이 죽어서 같은 자리에서 영면해 화해하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이 묘역은 유족 측이 강력하게 원했고, 이를 현충원 측이 수용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서울현충원의 국가원수묘역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가 대부분을 차지해 김 전 대통령의 묘역 확보가 어려운 상태였다. 국립묘지설치운영법은 전직 대통령 묘의 면적을 264㎡(약 80평)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4년 9월 대전현충원에 DJ를 비롯해 당시 생존해 있던 전직 대통령들을 위한 ‘국가원수묘역’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김 전 대통령 묘역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결정하고 유가족이 박 전 대통령 묘역과 인접한 곳에 장지를 정한 것은 국장 결정만큼이나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진입로 등을 감안하더라도 김 전 대통령 묘역이 차지하는 공간은 역대 두 대통령과 비교하면 소박할 정도”라면서 “주차장을 만들 여유 공간조차 없어 이 전 대통령 묘역 주차장을 함께 사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은 주차장과 진입로 등을 모두 합쳐 각각 1650㎡, 3960㎡이다. 현충원은 21일 묘역 정지 작업, 22일 봉분 조성과 진입로 및 조경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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