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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딸을 다른 남자와 결혼시킨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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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10 16:26:20 수정 : 2009-08-10 16: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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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의 아이를 배어 산달이 다가오는 바람에 고민에 잠겨있던 아우톨리코스 일가는 다행히 딸의 혼례를 마치고 나자 안심이 되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라에르테스는 안티클레이아를 끔찍하게도 사랑했다. 그녀의 곁을 잠시도 떠나려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안티클레이아는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참아야만 했다. 태중에 있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는 남편과 관계를 맺을 때면 극도로 조심하느라 고통이었다. 라에르테스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너무 순진한 것으로 여겨 그녀를 더 사랑스러워 했다. 그러는 중에 그녀의 배는 불러와서 임신한 티가 완연하게 나타났다.

라에르테스는 그녀의 배가 불러오자 오히려 기뻐했다. 태중에 아이가 자신의 아이로만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시시포스의 아이를 밴지 2개월 만에 혼례를 치렀지만 그다지 의심할 수 없었다.

안티클레이아는 어느 날 라에르테스에게 수줍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여보, 이제 우리는 관계를 삼가야 하겠어요. 이미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잖아요. 글쎄 당신을 만난 지 3개월 밖에 안됐는데, 배가 이렇게 부른 걸 보면 굉장히 튼튼한 아이가 태중에 있나봐요.”

라에르테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무척 기뻐했다.

“그러게 말이오. 필시 우리 사이에서 대단한 영웅이라도 태어나려나 보오.”

라에르테스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서 무척이나 마음이 설렜다. 그때로부터 그는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지만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마음이 설렜다. 그렇게 하여 이들이 결혼한 지 불과 7개월이 채 안되어 안티클레이아는 해산을 했다. 생각보다 이르게 태어난 아이였지만 아기는 튼튼하고 건강해 보였다. 아기가 태어나자 라에르테스는 비록 산달을 채 안채우고 태어난 아기였지만 보통의 아기보다 오히려 튼실한 모습을 보고는 기쁨에 차서 입을 닫지 못할 정도였다. 이 아이의 이름이 바로 오디세우스였으니, 아이의 진정한 아버지는 시시포스이고, 헤르메스는 외증조 할아버지였던 셈이다. 지혜가 뛰어난 헤르메스의 피를 이어받았으며, 외할아버지로부터는 교묘한 사기술과 뛰어난 도둑 기술을 물려받고 태어났던 셈이다. 오디세우스의 어머니 안티클레이아와 자매인 폴리메데의 아들 이아손과는 이종 사촌이었다.

오디세우스의 외할아버지 아우톨리코스는 딸 안티클레이아가 아기를 해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집을 방문했다. 이타케에 온 아우톨리코스는 사위를 찾아 축하의 인사를 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우톨리코스는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죄로 인해 딸이 시집도 못간 상태에서 애를 배어 미안한 마음과 함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좋은 사위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까지 정상적으로 사위의 아이로 인정받게 되었으니, 마음도 놓였고, 딸에 대한 짐을 벗은 것 같았다. 딸을 만난 아우톨리코스는 별 말도 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안티클레이아 역시 아버지에게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 자리에서 아기를 키우던 유모 에우리클레이아는 아우톨리코스에게 제안 했다.

“기왕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하셨고, 누구보다 손자를 얻은 기쁨이 크실 터이니, 외할아버지께서 아기 이름을 지어주시지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우톨리코스는 손자의 이름을 ‘오디세우스’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오디세우스의 이름의 뜻은 ‘증오의 희생’이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이름을 붙인 이유는 아우톨리코스와 그의 딸 안티클레이아 두 사람 뿐이었다. 아우톨리코스가 아기의 이름을 그렇게 지었던 것은 그 자신이 일생을 통해 많은 적을 만들었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우톨리코스는 또 오디세우스가 장차 파르나소스 산에 있는 자기 집으로 오면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명문의 피를 이어받은 오디세우스는 이타케에서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는 자라면서 어른들을 뺨칠 정도로 거짓말에 능했고, 무엇이든 훔치려고 마음먹으면 감쪽같이 훔쳐내곤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탘케에 사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에게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디세우스는 어린 시절에도 아주 짓궂기 이를 데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필시 그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뭔가 큰일을 낼 사람으로 여기며, 그의 짓궂은 장난을 애교로 넘기곤 했다. 오디세우는 이러한 재치 외에도 무예에도 능했다. 숙부들을 따라다니며 사냥을 즐기곤 했으며, 그럴 때면 꾀를 써서 사냥을 했으므로 숙부들 보다 월등하게 사냥에서 성과를 올려, 숙부들을 놀라게 했고,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숙부들은 사냥을 갈 때면 으레 어린 오디세우스를 데리고 사냥을 다니곤 했다. 그렇게 성장하는 오디세우스를 보며 그의 부모들 또한 대견해 하며 귀엽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세우스는 숙부들과 함께 파르나소스 산으로 숙부들과 사냥을 나갔다. 이제는 사냥에 자신이 있었던 오디세우스는 사냥터에 나서자 기분이 들떠서 여기 저기 쏘다녔다.

“얘야, 오디세우스, 여기는 다른 산과 다르다. 이 산에는 사나운 짐승들이 많아서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숙부의 주의에 오디세우는 힘 있는 목소리로 “예!” 하고는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그를 숙부는 흐뭇한 미소로 보내고는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오디세우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놀란 숙부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 오디세우스의 허벅지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너무 자신감에 넘쳐서 앞으로 달려가다가 멧돼지와 맞닥뜨렸고, 피할 사이도 없이 멧돼지 이빨에 찔려 허벅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저런 상처가 깊구나. 그러게 조심하지 않고, 사냥을 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하느니라.”

숙부는 그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이 날은 별로 사냥을 하지 못하고 이타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파르나소스 산에서 멧돼지에게 기습을 당해 부상을 당한 이후 오디세우스는 한동안 조용히 지냈다. 하지만 늘 모험심을 즐기던 오디세우스는 그 생활이 무료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나 날 이타케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났다. 오디세우스가 살고 있는 도시 이타케 소유의 양들을 도둑맞은 것이다. 이타케에서는 급히 회의가 열렸고, 잃어버린 양을 되찾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한 끝에 잃어버린 양을 되찾아 오는 데에는 아무래도 오디세우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오디세우스는 오히려 잘 되었다며 급히 떠날 채비를 했다. 일행을 이끌고 오디세우스는 도둑맞은 양을 되찾기 위해! 메세네로 떠났다. 양을 훔쳐간 무리들은 필시 메세네에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던 것이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메세네의 산 여기저기를 헤매며 잃어버린 양 무리를 찾아다녔다.

한편 오이칼리아 나라도 가축을 잃어버렸는데, 이들도 이 곳으로 도둑맞은 가축을 되찾기 위해 군사를 파견했다. 오이칼리아 왕은 에우리토스였는데, 그는 가장 믿을만한 자신의 아들 이피토스를 파견했다. 오디세우스는 메세네 지역을 수색하다가 이들 일행과 마주하게 되었다. 양 쪽은 일시 긴장했다. 오디세우스가 먼저 그들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네 놈들은 메세네 작당들이냐? 도둑 무리들이로구나.”

이피토스는 오디세우스의 늠름하고 당당한 모습에 기가 질렸다. 하지만 자신들을 가리켜 도둑 무리라고 하는 것을 보아 메세네 병사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오이칼리아의 왕자 이피토스요. 우리도 잃어버린 가축을 찾으러 왔는데, 우리는 같은 입장인가 봅니다.”

그 말을 듣자 오디세우스는 자세를 바꾸어 말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 그렇다면 내가 결례했소. 나는 이타케에서 온 오디세우스요. 우리는 양을 많이 도둑맞았는데, 그대는 무엇을 도둑맞았소?”

“아 그렇군요. 우리도 아주 훌륭한 암말을 도둑맞고, 이렇게 찾아 나선 것이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니겠소. 부다 잃어버린 것을 잘 찾고 돌아가길 바라오. 그런데 막상 이렇게 헤어지자니 아쉽구료. 내 우정의 증표로 이 활을 줄 터이니 물리치지 마시오. 이 활은 우리 아버지 에우리토스르 영예롭게 한 할인데 아무래도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당신이 이 활의 진정한 주인 인 것 같아 드리고 싶소.”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선물을 교환했다. 이피토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준 이 활은 후에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에 대한 구혼자들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사용한 강궁(强弓)이었다. 이피토스와 헤어진 오디세우스는 며칠을 잃어버린 양을 찾아다닌 끝에 무사히 양을 되찾을 수 있었고, 도둑 무리가 없는 틈을 타서 오히려 그들의 가축 떼를 몰고 이타케로 돌아왔다. 이들이 도둑맞은 양을 되찾고, 오히려 도둑들의 가축 무리를 이끌고 돌아오자 시민들은 오디세우스를 영웅으로 받들며, 그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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