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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한권의책]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어느 자비로운 에너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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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12 17:19:06 수정 : 2009-06-12 17: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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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진 세종서적 편집팀장
태양의 아이들-에너지를 향한 끝없는 인간 욕망의 역사/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이창희 옮김/세종서적/1만4000원


매년 현충일마다 TV에서 꼭 방송하던 전쟁영화 중 ‘발지 대전투’가 있다. 패색 짙은 나치군대가 신형 전차로 반격하여 파죽지세로 연합군을 몰아붙였지만,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전투에서 연합군이 승리한 이유는 그들의 무기나 전술 때문이 아니라, 나치군대의 전차 연료가 바닥나서였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이 책 ‘태양의 아이들’을 작업하면서 “병력, 탄약, 자금이 있어도 가장 강력한 동력원인 석유가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라는 미국 하원의원 월터 롱의 말을 읽을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올랐다.

‘태양의 아이들’은 이렇듯 모든 역사적 사건과 인물 뒤에서 묵묵히 2인자의 역할을, 그러나 실은 배후조종자이자 킹메이커 역할을 해온 에너지의 역사를 다루었다. 즉, 인간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섭취하거나 길들이고 부려온 동식물에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고도문명의 모태가 된 화석연료, 그리고 이를 대신하는 위험하리만치 강력한 에너지인 원자력과, 인류가 이들을 활용하면서 이루어낸 혁신과 진보를 다룬 것이다.

저자 앨프리드 크로스비는 정작 이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태양이라고 주장하면서, 아낌없이 베푸는 태양의 자비로움 덕에 우리의 모든 것이 있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이 책 제1부의 첫 페이지에 인용된, 17세기 페루 역사가 가르실라소 베가의 글이 대변한다. “나(태양)는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라면 뭐든 한다. 세상에 빛과 밝음을 주어 사람들이 사물을 보며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추우면 따뜻하게 해 준다. 사람들의 작물을 자라게 해 주고, 과일 나무에 열매를 가져다주며, 가축이 번식하게 해 준다. 하루에 한 번씩 세계를 돌며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피면서 이를 채워 주어 인류를 유지하고 은혜를 베푼다.”

앨프리드 W. 크로스비 지음/이창희 옮김/세종서적/1만4000원
크로스비는 태양이 베푼 에너지를 남용하면서 오늘날의 지구온난화 같은 재앙이 야기되었다는 따끔한 지적도 가한다. 즉, 태양에너지로 만들어진 인류의 1차 에너지원 동식물, 특히 나무(장작)의 남용으로 숲이 사라지고, 땅 속에 묻힌 태양에너지인 석탄과 석유까지 남용하면서 재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제어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짝퉁 태양’인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결국 욕망이 지나쳐 태양이 베푸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자성을 촉구한다.

이런 면에서 역사책 ‘태양의 아이들’은 ‘어떤 특정 물질이 인간의 역사에 어떻게 등장하고 작용했는가’만을 조명하는 기존의 미시사책들과도 차이가 있다. 즉, 자신의 위대한 능력으로 오늘날의 고도 문명을 이룩했다는 오만과 그에 따른 자충수로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겸손과 자중의 미덕을 가르쳐 주는 것,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구할 길을 마련하도록 독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장웅진 세종서적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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