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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극장가 큰 울림 주는 작은영화 즐비

입력 : 2009-06-04 20:05:35 수정 : 2009-06-04 2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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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즐비한 6월 극장가, 작품성 하나로 승부하는 작은 영화들이 조용한 반란을 꾀한다. 최민식과 유준상, 이두일 등 연기파 배우를 내세운 감동 드라마도 있고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도 있다. 또 성전환 남성들의 행복 찾기 여정과 세계적인 사진작가의 작품세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각박한 삶, 그래도 놓을 수 없는 희망=4일 개봉한 ‘물좀 주소’(감독 홍현기)는 돈 때문에 웃고 우는 서민들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코미디 영화다. TV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뱀파이어의 어리숙한 남편 역을 맡았던 이두일이 채권추심업자이면서도 그 자신이 사채 독촉에 시달리는 구창식 역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 아르바이트 등으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선주(류현경)와 딸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 남은 집 한 채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 입사 면접에서 49번 낙방한 뒤 겨우 빚쟁이 직장을 얻게 된 지방대 출신 사회 초년병 등의 고달프지만 꿋꿋한 삶의 모습이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조감독이었다가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한 홍현기 감독은 “열심히 인생을 사는 이름없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감독 전수일)은 최민식이 ‘친절한 금자씨’ 이후 4년 만에 출연한 작품이다. 동생의 공장에서 숨진 네팔인 도르지의 유골을 전달하려 히말라야를 찾은 기러기 아빠(최민식)를 통해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그 남자의 행적을 좇으며 가쁜 숨소리와 허황한 눈망울, 장엄한 히말라야를 담던 카메라는 어느덧 켜켜이 쌓인 상처와 슬픔 위에 연민과 희망도 얹인다. 최민식은 “관객들이 히말라야 주민의 건강한 모습과 순박함, 그리고 당당함을 통해 삶의 순수한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개봉하고 12세 이상 관람가다.

◇‘로니를 찾아서’
◆다문화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영화들=
지난달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로니를 찾아서’(감독 심상국)는 넘쳐나는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치안 등의 문제가 생겼다고 보는 경기 안산 태권도장 사범 인호(유준상)의 통쾌한 복수를 그린 영화다. 자율방범대를 조직해 외국인 노점상을 단속하기도 했던 인호는 관원을 좀더 모집할 요량으로 태권도 시범대회를 열었다가 방글라데시에 왔다는 남자 로니(마붑 알엄)의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수모를 겪는다. 궁핍한 수입과 따가운 이웃의 시선, 언제 단속에 걸릴지 모르는 불안한 삶에도 늘 꿋꿋하고 낙천적인 뚜힌(로빈 시에크) 등을 통해 인종을 넘어선 ‘우리’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영화다.

‘처음 만난 사람들’(감독 김동현)은 탈북자 진욱(박인수)과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팅윤(꽝스)의 눈에 비친 폐쇄적인 한국 사회를 가감없이 드러낸 영화다. 시장보러 나왔다가 임대아파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진욱은 마냥 두렵고 힘겨운 서울을 잠시 떠나기 위해 탈북 동기들이 있는 부산행 버스에 오른다. 그 버스에서 전북 부안의 애인을 찾아나선 팅윤을 만난 진욱은 그를 따라 부안까지 동행하게 된다. 두 영화 모두 4일 개봉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
◆리얼리티의 힘, 다큐멘터리 2편=같은 날 개봉한 ‘3×FTM’(감독 김일란)은 여자로 태어나 남자를 선택한 성전환 남성 고종우씨와 한무지씨, 김명진씨의 실제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목의 FTM은 ‘female to man’의 줄임말. 성적소수자를 위한 인권운동단체 연분홍치마가 만든 ‘커밍아웃 3부작’ 중 하나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극복한 뒤에는 그들 부모마저 ‘더럽다’고 말할 정도로 꽉막힌 사회적 편견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던 이들은 여전한 현실의 고민과 힘겨움을 웃으며 풀어놓을 수 있는 여유와 강단, 확신이 생겼다.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세 남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눈물과 연민보다는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11일 개봉하는 ‘애니 레보비츠’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그래퍼로 일컬어지는 애니 레보비츠의 삶과 예술세계를 담은 영화다. 레보비츠는 전라의 존 레넌이 부인 오노 요코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찍어 ‘롤링스톤’ 표지를 장식했던 인물. 록그룹 콘서트 현장의 느낌을 가장 잘 살려내는 초보 사진기자에서 시작해 만삭의 데미 무어, 여신 느낌의 니콜 키드먼 등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한 ‘베니키 페어’ ‘보그’ 등의 표지를 전담한 예술 사진작가로, 이어 미국의 대표 지성 수전 손택의 도움으로 사라예보와 르완다 르포를 찍는 등 점차 활동 영역을 넓히며 최정상의 위치에 서게 된 레보비츠의 지난 삶과 사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의 친동생 바버라의 카메라에 레보비츠 자신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데미 무어, 오노 요코 등 지난 30여년간 그와 인연을 맺었던 많은 명사들이 여러 내밀한 사연과 뒷이야기를 살갑게 풀어낸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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