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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져 아버지를 배신한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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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18 15:16:00 수정 : 2015-11-16 14: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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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의 뜻밖의 방문에 어머니 칼키오페는 깜짝 놀라 그를 맞았다.

“아니, 너는 아르고스 아니냐? 도망치라고 했더니, 다시 잡혀온 것이냐? 이를 어째.”

아르고스는 어머니에게 이제까지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 하고, 아르고 호에 승선하여 여기까지 돌아온 일, 그리고 이아손이 왕으로부터 명령받은 곤란한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알겠다만, 나로서는 직접적인 도움은 못 줄 것 같구나. 그 일이라면 네 이모메데이아와 상의를 해보면 좋겠다. 메데이아라면 그런 일쯤은 마음만 먹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게다.”

아르고스는 서둘러 메데이아를 찾아갔다. 메데이아는 아르고스를 만나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르고스는 자신이 메데이아를 찾아온 이유를 소상히 알렸다. 그러면서 간곡하게 청했다.

“나는 아르고 호의 선장 이아손에게 신세를 졌어요. 그리고 이 일이 잘 끝나면 그를 따라 그리스로 갈 거에요. 그러니 이모가 도와주세요. 이번 일은 순전히 왕이 이아손을 없애려는 술책이란 말에요. 코에서는 불을 내뿜고 청동 발을 지닌 사나운 황소 두 마리를 길들여 밭을 갈라니요.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이에요. 그냥 죽이라고 해도 어려운 상대인데 말예요. 길들여서 밭을 갈라니요. 그런데다가 용의 이빨을 뿌리라니요. 그 무서운 황소들은 헤파이스토스 신이 직접 내려준 거잖아요. 용의 이빨은 아테나 여신이 준 것이고요.”

“그래 맞는 말이다. 그 괴물 황소들은 아직까지 한 번도 굴레를 써본 일이 없단다. 그러니 길들인다는 건 어림도 없지. 그리고 용의 이빨을 밭에 뿌리면 뿌리는 순간 그것들은 무서운 무사들로 변하여 공격을 해대니까 아주 위험한 일이란다. 하지만 나도 이아손에게 관심이 많으니 내가 마술을 이용해 보기로 하자.”

메데이아는 이미 아프로디테 여신의 영향으로 이아손과의 사랑에 빠져있는 상태였으므로 아버지를 배신하고 이아손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아르고스는 급히 돌아와 이아손에게 이제까지 자신이 하고 온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아손과 메데이아를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해 은밀히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아르고스의 인도로 아이아 시의 성벽 바깥쪽에 있는 헤카테의 신전에서 은밀히 만났다. 이미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만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의 눈빛은 변했고, 강렬한 욕구는 이아손을 향해 흘렀다. 그런 그녀의 강렬한 눈빛을 받은 이아손도 그녀의 매력을 물리치지는 못했다. 묘한 분위기가 그를 감쌌고, 첫 만남이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았다. 불같은 욕정이 두 사람을 감쌌다. 서로가 서로의 피부 속으로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오랜 날 사랑하면서, 오래도록 그리움을 참고 참다가 만난 남녀처럼 뜨거운 욕정이 두 사람을 감사고 돌아 동물처럼 표호하듯 깊고 긴 신음을 토해냈다. 온 땅이 빙빙 도는 것처럼 참을 수 없는 환희로 메데이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이아손 역시 기쁨에 겨워 몸부림치며 온몸에 땀을 흘려냈다.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었고, 한 영혼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서로를 힘껏 껴안았다.

격렬한 정사를 끝내고 호흡이 진정되자 이아손이 메데이아를 향해 먼저 말했다.

“메데이아, 당신은 참 매력 있는 여자요. 나는 그대와 꼭 결혼할 것이오. 이번 일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 일을 마치고 나면 그대를 그리스로 데려가서 그대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오.”

이아손의 말에 메데이아는 기쁨으로 가득 찬 얼굴로 수줍은 듯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아손에게 그 약속을 헤카테의 신전에서 할 것을 요청했다. 그가 동의하자 그녀는 마법의 약초를 건네주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마법의 약초를 사용하는 방법도 자세히 가르쳐주었다. 이아손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메데이아가 가르쳐준 대로 헤카테에게 제물을 바쳤다. 메데이아는 여신을 불러 자신과 이아손이 한 언약의 보증으로 헤카테 여신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잠시 후 여신이 나타나 제물을 받았다. 죽음의 세계와 관련이 있는 여신 헤카테 앞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언약을 맺었다. 이아손도 메데이아가 싫지 않았고, 메데이아는 너무나 좋아했다. 언약을 맺은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마법을 전수해 주었다.

새벽이 되자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준 약초를 온몸에 바르고,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힘을 주는 주문을 외움으로서 놀라운 능력을 받았다. 이 약을 바르면 괴물 황소가 내뿜는 불길에도 끄떡없는 신비한 마법의 약이었다. 또한 그는 메데이아로부터 용의 이빨에서 생겨난 무사들을 물리 칠 수 있는 방법도 자세히 전수받았다. 그런 뒤 이아손은 아이에테스로부터 명령받은 일에 착수했다. 황소가 토해내는 불은 마법의 약초 덕택에 두렵지 않았다. 그는 왕 앞에 나아가 일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하여 착수하는 날을 정하고, 왕은 그에게 용의 이빨을 내 주었다. 이제 이아손은 괴물 황소를 붙잡아 길들여서 밭을 갈고, 용의 이빨을 뿌리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 일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 왔다. 많은 구경꾼들이 이 날의 멋진 장면을 보기 위해 들판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바쳐진 숲에 모였다. 왕은 왕좌에 앉아 있었고 백성들이 산허리를 메웠다. 약속된 장소에 이아손이 당당하게 나타났다.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전해준 마법의 약을 온 몸에 바르고 앞으로 나섰다. 평소에도 모험을 좋아하는 데다, 메데이아로부터 방법을 전수받은 그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이 열기를 내뿜고 있었고, 바람도 긴장하고 있는 것인지 잦아들어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정적을 깨고 청동 발을 가진 황소들이 콧구멍으로 불을 뿜으며 뛰어들어 왔다. 그 불로 길가에 있는 풀들은 모두 타기 시작했다. 그 불이 얼마나 강렬한지 용광로에서 쇳물이 끓는 것 같은 소리가 나고 생석회에 물을 끼얹을 때와 같은 연기가 솟아낫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치며 조용히 구경했다. 하지만 이아손은 당당하게 황소를 향하여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대담무쌍한 모습을 보자 함께 아르고 호를 타고 온 그리스 전역에서 선발된 영웅들은 전율을 느꼈다. 괴물 황소가 강렬한 불길을 이아손을 향해 내뿜었다. 사람들 모두 숨을 죽였다. 강하게 퍼져나간 헤파이스토스의 황소가 내뿜는 불길이 이아손의 전신을 감쌌다. 불길 속에 이아손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불길 속에서 이아손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아손은 아무런 상해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그걸 본 영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아손은 불을 뿜는 괴물의 콧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메데이아가 준 마법의 약을 바른 그는 그 어떤 불에도 끄떡없었던 것이다. 그는 침착하게 황소에게 다가가 황소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황소는 거짓말처럼 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짝 다가선 이아손은 대담하게 손으로 그 목을 어루만지다가 재치 있게 슬쩍 멍에를 메우고 쟁기를 끌도록 했다. 이제껏 멍에를 메어본 적이 없는 괴물 황소들이 멍에를 메고 순순히 밭을 갈기 시작했다. 그러자 코르키스 사람들은 아연실색했고 그리스 사람들은 환성을 올렸다.

이아손은 그다음에는 아이에테스 왕에게서 건네받은 아레스의 용의 이빨을 밭에 뿌리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그러자 바로 완전무장한 일군의 무사들이 뛰어나왔다. 그리스인들은 그들의 영웅인 이아손을 걱정하여 떨었고, 그에게 도구를 주어 그 사용법을 가르쳐준 메데이아도 맹렬하고 무서운 기세의 무사들의 기세에 겁이 나서 공포로 인해 안색이 창백해졌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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