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무법자’ ‘미션’ 신록의 봄밤 적신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26∼27일 공연

‘시네마 천국’,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석양의 무법자’….

특별한 영화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기억할 만한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81)의 손을 거쳤다는 것이다. 오는 26∼27일 오후 8시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두고 그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영화음악의 매력에 대해 “영화를 완성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가장 감동적인 장면에 그것을 증폭시켜주는 배경 음악이 없다면 그 영화는 그만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음악으로는 이례적으로 음반이 200만장 이상 팔릴 정도로 한국팬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온 그는 “내 음악이 한국에서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는지 잘 몰랐는데 2007년 내한 공연 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매우 놀랐다”며 “특히 공연 중 관객들이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전주 부분에서 열광적으로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주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 한국 팬들의 열성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음악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미션’의 메들리를 비롯해 ‘삶과 전설’, ‘사회 속의 시네마’ 등으로 섹션을 나눠 각 주제에 맞는 영화음악 30여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또 2001년 사망한 이탈리아 감독 마우로 볼로니니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의 영화 ‘고대의 계단 아래’, ‘상속’의 대표곡을 연주한다.

한국팬을 위해 한국의 특별 게스트도 초청해 ‘시네마 천국’의 메인 테마 등을 협연할 예정이다.

우리에게 유명 할리우드 영화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유럽의 인디 영화부터 B급 포르노까지 총 500편이 넘는 음악을 작곡했다.

영화음악을 만들 때 그는 영상보다 주로 영화 스크립트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저를 위대한 클래식 작곡과들과 비교한다면 전 아직도 그리 많은 작품을 쓴 것이 아닙니다. 로시니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단 15일 만에 작곡하지 않았나요? 거기에 비하면 저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만드는 영감은 두뇌나 제가 공부한 이론에서도 올 수 있고, 개인적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 영화 그 자체에서도 올 수 있지요.”

백소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