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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파모르 마리아 엘레나씨가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몽골 여성들은 통을 들고 야크젖을 짜러 가는 모습과 2m짜리 흰 천을 이용해 젖을 짜는 모습, 젖을 다 짜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 등을 연속적으로 춤으로 표현했다. 이어 키 큰 사람이 중간에 서고 나머지 여성들이 동그랗게 둘러선 뒤 흰 천을 이용해 몽골의 이동식 집인 ‘게르’처럼 월뿔 모양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들이 앉고 일어서는 동작이 일정치 않아 원뿔 모양이 잘 나오지 않았다. 몽골자조모임 지도사인 전영숙(46)씨가 “원뿔이 예쁘게 나오려면 동작이 일치해야 한다”며 “자조모임 리더인 이양애(36·몽골명 어트건톨)씨가 원뿔을 만들 때 하나, 둘, 셋이라고 나지막이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맞춰 일어섰다 앉으라”고 말했다. 이씨가 몽골어로 넥(하나), 허여르(둘), 고라브(셋)라고 외치며 춤을 추자 동작이 일치했다. 몽골 여성들은 동작이 잘 맞지 않는 젖 붓는 장면에서도 숫자로 동작을 통일했다.
전씨는 “몽골 여성들은 임신 8개월인 상태에서도 결석하지 않고 열성적으로 살칭 부직을 연습했다”며 “최근에는 울산뿐만 아니라 서울 등지에서도 몽골 전통춤을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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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의상을 입은 중국·몽골 결혼이주여성들이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자국의 전통춤 연습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2002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시집온 김경화(32)씨는 “지난해 부채춤을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은 뒤부터 자신감이 생겼다”며 “남편과 시부모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중국 여성들은 홍등춤을 연습하면서도 배경음악에 고심하고 있었다. 손씨는 “홍등춤은 ‘허우르쯔’(好日子·좋은날)에 맞춰 추는데, 가사는 좋지만 너무 고음이라 관객들이 싫어할 것 같아 걱정된다”며 “발라드 등 관객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배경음악을 바꿀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 다른 강의실에서는 영어회화 수업이 열렸다.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인 파모르 마리아 엘레나(35)씨가 열정적으로 울산센터의 다문화강사와 자원봉사자 20여명을 가르쳤다. 이 수업으로 그동안 교육대상으로 여겼던 결혼이주여성이 ‘선생님’이 되고, 선생님이었던 한국인들이 ‘학생’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마리아씨는 “거실에 무엇이 있나요? 거실에는 소파와 텔레비전, 에어컨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Let’s lie on the sofa(소파에 누워요)”라고 말한 뒤 “Let‘s take a nap은 한국말로 뭐죠?”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낮잠요”라고 합창을 했다.
이날의 수업은 TV·신문보기와 팝콘 등 거실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해 소개하며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뒤 1998년 한국으로 시집온 마리아씨는 “한국인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을 자신보다 조금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이주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자조모임을 강화하면서 특화사업으로 2세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울산센터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공부방과 멘토링을 도입했다. 공부방은 지난해 12월부터 동·중·북구, 울주군 등에 5곳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센터는 또한 31개 울산로터리클럽과 협력해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받아 다문화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울산센터는 결혼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정과 로터리클럽 회원간에 맺는 ‘멘토·멘티 사업’을 하고 있다. 울산센터는 현재 50가정이 멘토·멘티 결연했고, 올해 말까지 800가정과 맺는다는 계획이다. 결혼이민자는 결연을 통해 한국 요리를 배우고, 버스 타기 등 시내 체험을 하며 자녀 돌봄·학습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울산센터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대학생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멘토는 결혼이민자 자녀의 숙제와 언어발달 등을 지도하게 되며, 이를 통해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울산=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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