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투자조사 여행도… 경기회복 여부엔 “글쎄”

중국의 부동산시장에서는 “강한 위안화와 중국 정부의 자금 방출을 배경으로 중국 부자들이 부동산 매입 공세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부동산 경기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해외 부동산 사재기에 나선 중국 부자들=부자 많기로 소문난 저장(浙江)성 상인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설 움직임이다.
신화통신은 22일 저장상인들이 호주 부동산 투자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4월 호주로 떠난다고 전했다. 이번에 떠나는 저장상인은 15∼16명 정도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중 3분의 1은 닝보(寧波)상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국의 부자 50여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LA, 뉴욕 지역의 부동산을 사기 위해 미국 여행에 나서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중국 부자의 고급주택 매입 붐이 일고 있다. 홍콩 문회보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부자들이 투자이민 형식으로 홍콩에 있는 고급주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최근 홍콩 주룽(九龍)지역에서는 호화아파트 300가구가 팔려 나간 상태로, 이 가운데 30%는 중국 본토 부자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부자들은 이 지역 외에도 홍콩의 고급아파트를 대거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부자들의 이 같은 해외 부동산 매입은 강한 위안화를 배경으로 값쌀 때 사두자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1달러당 6.8위안 안팎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호주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하반기 1호주달러당 6.8위안에서 4.4위안까지 떨어진 상태다. 위안화 값이 36%나 비싸진 셈이다.
신화통신은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호주가 중국 부자의 부동산 투자 대상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날개 돋친 듯 팔리는 베이징의 고급주택=중국 베이징에서는 고급주택이 대거 팔리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후 처음이다.
신화통신과 베이징신보에 따르면 ㎡당 1만8000위안을 웃도는 베이징의 고급주택은 지난 2월에만 827가구나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신보는 이 같은 판매량은 사실상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 말 설(춘제)까지 베이징에서 팔린 고급주택이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다. 베이징부동산중개회사 관계자는 “1000만위안 이상의 고급주택은 3월 첫 2주 동안 60채나 팔렸다”고 전했다. 이 수치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고급주택이 대량으로 팔리는 이유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대규모 은행대출을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2개월간 중국 은행에서 대출된 돈은 2조6900억위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6400억위안이나 많은 액수로, 올해 대출목표액 5조위안의 절반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쏟아지면서 부동자금이 고급주택 매입자금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논평가인 뉴다오(牛刀)는 홍콩의 성도환구와의 인터뷰에서 “거래량 증가가 고급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일반주택 가격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의 다관(達觀)부동산유한공사의 주융청(朱永升)은 “고급주택이 팔린다고 부동산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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