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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예금 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

입력 : 2009-03-20 09:27:19 수정 : 2009-03-20 0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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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돈주인 권리’ 인정 판례 뒤집어 금융실명제에선 예금명의자만 예금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금융실명제 시행 후에도 특별한 경우엔 예금명의자 대신 돈의 실제 임자가 예금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여겨온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차명거래 기피로 금융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대신 차명계좌를 쓰는 개인이나 기업의 ‘리스크’가 매우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19일 이모(48·여)씨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예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06년 2월 남편 김모씨와 함께 한 저축은행을 방문해 남편 명의의 통장을 만들고 자기 명의로 4200만원을 예금했으나 7개월 뒤 예금 등 채권 지급이 정지되는 보험사고를 겪었다.

예보는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김씨 명의의 예금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줬으나, 이씨 명의의 예금에 대해서는 실제 예금주가 남편이라는 이유로 예금을 반환해 주지 않았다. 이씨는 “예금주인 나에게 보험금을 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예보는 “실제 예금주인 김씨에게 보험금을 모두 지급했기 때문에 이씨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원칙적으로는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봐야 하지만,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에게 예금반환채권을 귀속하기로 약정돼 있는 경우 실제 돈을 낸 사람을 예금주로 할 수 있다”면서 “예금주 이씨가 아닌 남편을 실제 예금주로 하는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금융실명제에선 예금명의자만 예금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원심을 깼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예금명의자를 계약 당사자로 봐야 한다”며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를 계약 당사자로 보는 것은 ‘출연자에게 예금반환 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합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돈의 출처나 거래 인감, 비밀번호의 관리 등을 근거로 김씨를 예금주라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판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이날 판결엔 이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 등 12명이 동의했고, 박시환 대법관 혼자 소수의견을 냈다. 대법원에서 ‘진보파’로 통하는 박 대법관은 “실명 확인을 거친 사람 말고 다른 이를 예금주로 하는 계약을 인정하는 것은 금융실명법 취지에 반한다”며 “예외 없이 모든 경우에 예금명의자만을 예금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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