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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선화공주 실체’ 논란

입력 : 2009-03-16 17:17:46 수정 : 2009-03-16 17: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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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상사학회 발표회 다양한 주장 제기
연초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백제 사리장엄구를 둘러싼 학계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삼국유사’에 전하는 선화공주의 실체 논란이다. 사리봉안기에서 백제 무왕의 왕비가 선화공주가 아닌 좌평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상사학회가 14일 연 월례발표회에서도 선화공주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와 함께 ‘삼국유사’의 기록을 실제와 설화를 구분해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륵사지 전경.                       ◇해체 전 미륵사지 석탑.        ◇금제사리봉안기 앞면.
◆선화공주는 미륵사를 창건했을까=한국학중앙연구원의 조경철 박사와 국가기록원 길기태 박사는 ‘삼국유사’ 기록을 바탕으로 선화공주와 미륵사의 관련을 입증하고자 했다. 이들은 3탑 3금당으로 이뤄진 국내 유일의 3원(院) 병립 가람인 미륵사가 시차를 두고 각기 다른 사람에 의해 창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미륵사가 불교의 미륵신앙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번에 서탑에서 발견된 봉안기에는 미륵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639년 창건된 서원과 629∼639년에 세워진 동원은 석가신앙(법화신앙)을 숭상한 사택왕후의 발원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며, 반면 목탑이 있었던 중원은 ‘삼국유사’ 의 기록처럼 선화공주의 발원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리봉안기를 제일 먼저 해석했던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교수는 “미륵사를 무리하게 선화공주와 연결 짓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륵사의 가람 배치는 처음부터 마련된 기본설계에 따라 건립됐다”며 “이 점에서 3원 가람 각각의 창건 시기가 달랐다거나 혹은 창건 발원자가 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륵사는 사택왕후가 세운 것이며, 사리봉안기에서 말하고 있는 가람은 3원으로 된 미륵사 전체를 지칭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미륵사 창건에 선화공주가 관련됐다고 주장한다. 미륵사는 단기간에 건립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일에 걸쳐 조성됐으며, 또 무왕은 재위기간이 40년이나 되므로 무왕의 왕비가 두 명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사료적 가치는=‘삼국유사’는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창건했다고 밝히는 동시에 미륵사가 무왕대에 창건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사리봉안기에 따르면 기해년(639)에 사리를 봉안했으며, 이는 미륵사가 무왕대에 창건됐다는 ‘삼국유사’ 기록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 밖에 ‘삼국유사’ 속 왕과 왕비가 사자사로 가는 길에 용화산 아래 큰 못가를 지나갔다는 기록, 또 미륵사 터가 못을 메워 만든 것이라는 기록도 과거 발굴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선화공주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선화공주를 기록한 ‘삼국유사’ 내용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상현 교수는 “사리봉안기와 ‘삼국유사’ 무왕조 기록의 사료적 가치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사리봉안기는 미륵사를 창건하던 당시에 작성된 기록인 데 반해 ‘삼국유사’는 13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후대적 인식과 설화적 윤색이 가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연은 ‘삼국유사’를 쓰면서 많은 자료를 인용했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경우가 전체 항목의 반 정도인 70여 항목이나 된다. 김 교수는 “특히 무왕조의 경우 뚜렷하게 전거를 밝히지 않은 채 서술하고 있으며, 일연이 참고한 고기(古記)는 사료적 가치가 각각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는 설화로서 의미는 있지만 이를 역사로 보기는 어렵다”며 “‘삼국유사’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인식해야 한다. ‘삼국유사’는 실증적이고 논리적인 서술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설화만으로 된 서술 또한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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