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日도 육성 계획…카지노사업 판도 변화 예상
아시아에 큰 도박 싸움이 벌어질 판이다. 관광산업 키우기에 나선 싱가포르가 세계 금융위기 속에 도박도시 마카오에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대 중반부터 도박·리조트 산업을 키우기 위해 외자 유치에 피땀을 쏟아왔다. 그 결과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도 미국 최대 도박자본 중 하나인 라스베이거스 샌즈(LVS, 중국명 진사·金沙)그룹의 싱가포르 몰방 투자를 이끌어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아시아의 도박산업 판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샌즈는 지난해 11월 자금난으로 마카오에 짓던 도박호텔 건설을 전면 중단했다. 그런 샌즈가 싱가포르에 대규모 도박리조트 건설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것. 싱가포르 해변에 세워지고 있는 샌즈의 해양 도박리조트에 투입되는 돈은 무려 54억달러에 달한다. 아시아에 투자된 단일 도박호텔 투자 자금으로는 사상 최대다.
샌즈는 지난해 9월 이후 은행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나빴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억8000만주의 신주와 1000만주의 우선주를 발행, 21억달러를 조달한 후 이 자금 중 대부분을 싱가포르 도박장 건설에 쏟아붓기로 했다. 샌즈의 싱가포르 해양 도박리조트는 45억달러의 투자 규모로 2007년 2월 착공, 지난 1월 개장할 예정이었다. 샌즈그룹은 “올 연말에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를 앞세워 샌즈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써왔다. 싱가포르 관광청 관계자는 “노력의 결과가 금융위기 속에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막 오르는 아시아 도박대전=아시아 각국은 저마다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도박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마카오가 2002년 도박산업을 전면 개방한 데 이어 2000년대 중반에는 싱가포르, 대만, 일본이 도박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대만은 타이베이, 일본은 오키나와에 도박 거점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샌즈의 싱가포르 투자는 이 같은 도박산업 경쟁의 판도를 뒤바꿀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충격이 큰 곳은 마카오다. 도박산업에 의존하는 마카오는 2007년부터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도박도시로 떠올랐다. 마카오에 있는 도박호텔만 31곳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속에 이뤄진 샌즈의 싱가포르 몰방 투자는 아시아 도박시장을 마카오 시대에서 마카오·싱가포르의 용호상박 시대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마카오 도박산업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싱가포르가 경쟁력이 있다”는 도박산업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싱가포르 인구가 마카오의 9배에 이르는 데다 관광객의 체류 일수도 길며, 싱가포르 사람들의 도박성도 대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경마도박을 하는 VIP 도박꾼은 약 7000명으로, 이들은 경마일마다 평균 6만5000달러를 판돈으로 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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