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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 종신서원식 현장을 가다

입력 : 2009-02-04 17:13:17 수정 : 2009-02-04 17: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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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행복은 하느님안에 봉사·진리 깨치는 것”
“형제들은 무엇을 청합니까?”

“유기서원을 통해 저희는 우리 수도공동체 생활이

참으로 가치 있음을 깨달았기에 보다 더 형제들과 일치하고 교회를 위해 봉사하며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종신서원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형제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께서

친히 가르치시고 모범을 보여주신 완전한 정결과 순명, 가난의 생활을 영구히 사랑하고 실천하기를 원합니까?”

“원합니다.”

◇종신서원자 4명이 새남터성당 제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정결과 순명, 청빈의 삶을 살 것을 다짐하는 종신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천주교 순교성지 새남터 성당.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종신(終身) 서원식’ 주례를 맡은 황인국 몬시뇰이 나직한 음성으로 묻자, 서원자 4명이 일제히 결연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장내는 고요했다.

이날 모자 달린 검은 수도복을 입은 서원자들은 황석모 총원장이 호명하자 씩씩하게 응답하며 제대 앞으로 나왔다. 이들은 무릎 꿇고 찬양도 하고, 소리 내어 기도도 했다. 특히 서원자들이 모자를 쓰고 완전히 바닥에 엎드려 정결·청빈·순명을 서약할 때는 사제와 신도들도 모두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일순간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간혹 찬양석에서 가톨릭 특유의 영혼을 맑히는 찬양이 이어졌다.

종신서원은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영원히 하느님 앞에서 정결, 청빈, 순명의 삶을 약속하는 공적 예식. 수도자는 지원기, 청원기, 수련기, 유기(有期) 서원기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할 것을 약속한다. 보통 종신 서원까지 10년이 걸린다.

서원문 낭독 후 서원자들은 주례에게 각각 백색 도포를 받아 선임 수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수도복 위에 걸쳤다. 이어 황석모 총원장이 이들이 한 가족이 됐음을 선포했다. 영원히 수도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엄숙한 순간이었다. 잠시 후 주례와 수사들이 제대 아래로 내려와 서원자들을 일일이 포옹하며 격려해 주자 예배석에 앉아 있던 1000여명의 신도들이 긴 침묵을 깨고 우레같은 박수를 보냈다. 맨 마지막으로 서원자들이 서로 껴안으며 한 덩어리가 되자 장내는 환호와 박수로 떠나갈 듯했다.

이날 종신 서원을 통해 수사(修士)가 된 주인공은 한진욱(30·대건안드레아), 이동철(29·베드로), 김동욱(28·다니엘), 류재형(33·야고보) 등 4명이다. 이들은 신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수사인 동시에 사목을 담당하는 신부가 될 수 있다. 오는 7월쯤 부제 호칭을 받으며, 내년 여름에 사제품을 받고 정식으로 수사신부가 된다.

서원식이 끝난 뒤 감회를 묻는 질문에 한 수사는 “원하는 삶을 택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고, 가장 연장자인 류 수사는 “소유와 집착을 가질 때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며, 우리는 하느님과 하나됨으로써 또다른 보람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사는 “세속의 행복은 소유하고 인정받는 데 있지만, 우리의 행복은 하느님 안에서 봉사하며 진리를 깨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 수사는 “어디든 보내주는 곳으로 가는 것이 순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1953년에 창설됐으며, 우리나라 남자 수도회 중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수도회다. 현재 회원은 총 83명이고, 그중 종신서원자가 50명이고 사제는 29명이다. 수도회는 자신을 비우고 또 비워 무아의 경지까지 내려가는 겸손을 통해 성체 안에 살아 있는 주 예수와 하나 되는 ‘면형무아(麵形無我)’의 경지를 지향한다.

정성수 선임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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