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그동안 크고작은 무대에서 활동하던 김시영이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7년 연극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서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슈꺼리를 제공했던 내용이기에 연극 무대로 올려진 '커피프린스 1호점'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는 높았다. 특히 중성적이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전달해야 하는 '고은찬' 역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컸다. 드라마에서 윤은혜가 이를 통해 일약 톱스타로 거듭났기에 이 역을 맡은 배우에게 적잖은 부담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시영은 그 스스로의 성격과 꼭 맞는 '고은찬' 역을 맞춤옷처럼 끼워입고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솔직히 연극 '커피프린스'의 오디션을 응모할 때 드라마에서 하는 '커피프린스'를 한번도 보지 못했고, '고은찬'이란 아이도 몰랐어요. 미국 공연을 갔다와서 바로 오디션을 봤는데, 운좋게도 몇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거죠. 원래 '고은찬'이 중성적인 이미지인데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철없는 동생 돌봐야 하는 등 은찬이 캐릭터랑 저랑 비슷했어요. 제가 가장이거든요. 남동생이 있고 장남처럼 자라서 어릴 적 동생때문에 싸움도 많이 하고 왈가닥처럼 살았어요. 그런 것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비슷했나봐요. 은찬이 연기할 때는 정말 편했어요. 물론 감정적인 부분은 배우의 몫이기는 하지만, 다른 일상적인 캐릭터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도 사람들이 은찬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런 중성적인 연기가 김시영에게 꼭 맞아서일까. 이후 무대에 오른 연극 '그남자 그여자2'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현지'역을 맡았다. 왈가닥이긴 하지만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오랫동안 간직한 역할로 일면 은찬이와 느낌이 비슷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시영은 비슷하면서 다른 역할이기에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한다.
"굉장히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그것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은찬이는 남성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자기가 가기고 있는 남성성 그대로를 표현하면서 좋아해요. 현지도 일면 보이시한 면이 있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완전 여자가 되요. 여자처럼 표현하는데 좋아하는 남자가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현지때문에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은찬이 성격이 나올까봐서요. 그래서 전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본 사람들에게 꼭 '그남자 그여자2'를 보라고 했어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싶었죠"
지금은 공연을 마쳤지만, 김시영이 무대에 오른 '그남자 그여자2'는 점점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김시영의 연기한 현지에 공감을 했고 몰입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좋아했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만 늘 남았던 현지의 모습은 누군가를 짝사랑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움을 더했기 때문이다. 연극과 뮤지컬 10여편에 출연한 김시영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연기였다. 사실 김시영은 처음부터 연기를 한 것이 아니다. 원래 영어가 전공인 그녀는 '뮤지컬' 한편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배우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제가 이런 쪽이 아니라 영어과를 다녔어요. 워낙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이전 학교에서 치어리더를 했었거든요. 모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댄스팀을 만들기도 했고요. 사람들이 춤추는 것 좋아하면 뮤지컬 해보면 좋겠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뮤지컬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뭔지 몰랐거든요. 그러던 중에 제가 놀이동산에서 춤을 추는 자료가 남을 것을 본 동아방송대에 다니던 후배가 자신의 학교에 뮤지컬학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검색을 했는데, 제일 먼저 뜬 것이 서울예대 연극과였어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서울예대에 시험을 쳤고 2002년도에 들어가게 된 것이죠"
학교에 들어가고나서부터 김시영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면서 뮤지컬 등을 접하기 시작했다. KBS에서 방영된 '현장르포 제3지대 - 34인의 도전! 일본 뮤지컬 속으로' 오디션에 합격해 일본 극단 사계에서 2주간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아이다, 라이오킹, 캣츠, 맘마미아, 송앤댄스 등 다양한 뮤지컬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다였어요. 국내에서 본 것이라면 오리지널팀이 들어와 공연한 뮤지컬 '노트르담드파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에 혼자 가서 3층에서 봤는데 보고나서 펑펑 울었어요. 뜻도 모르는데 감정이입이 된거죠. 그런 무대에 서고 싶어서 오디션도 두 번 봤어요. 그리스하고 아이다. 아직까지는 학교에서 연출했던 오빠가 저를 무대에 세워놓으면 제 춤때문에 노래가 안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랑 춤을 같이 선보이고 노래도 좀더 연습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얼마전에는 캣츠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발레 전공자를 뽑더라고요. 전 재즈를 했거든요"
춤을 좋아하기에 춤이 배제된 연극 무대에서 연기만 펼치는 것이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김시영은 답답함보다는 연기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배우에게 연기는 기본이기에, 그 기본에 충실할 수 있고 이후에 춤이 뛰어나다든가 노래가 뛰어나다든가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분야만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뮤지컬과 연극 중 어디가 가장 끌리냐는 선택은 너무 힘들어요. 물론 영화 등 다른 장르도 생각해봤죠. 하지만 솔직히 저희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 영역으로 나가는지 방법을 몰라요. 무조건 에이전시나 소속사에 들어가거나 영화 오디션만 잘보면 된다고 생각을 하죠. 그래서 저희들끼리 오디션 있으면 서로 문자로 정보 주고받으면서 단체로 응시한 이후 결과 기다리고 그래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거죠. 저도 '커피프린스'하면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는데, 나이가 많다느니 바닥부터 해야한다느니 겁부터 주는거에요. 마음이 안가더라고요. 그러던 중 '그남자 그여자2'하면서 지금 소속사의 실장님을 만났는데, 실장님이 공연을 보신 후에 '너는 이쁘지도 않고 키도 안 크고 몸매도 괜찮지 않지만 연기에 매력이 있으니 같이 일해보고싶다'라고 말씀하시는거에요.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다른 이들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한만큼 불안감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생활하더라도, 일단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인지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폭넓고 다양한 연기를 시도하는데 있어서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지도에 따른 불안감 같은 건 없어요. 그런 부담감이 없는 이유는 제가 빨리 자리를 잡아서 원하는 연기를 하고싶다라는 것보다는 저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할 사람이라고 마음을 굳혔기 때문이죠. 지금 5년, 6년 하기보다는 앞으로 40년을 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연극하다보면 제 공연을 보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있고, 그 사람들만이라도 저를 알아보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죠. 그리고 많은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저를 알아볼 것이라 생각을 해요. 제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부지런을 떨어야죠"

김시영이 연극을 하는 이유, 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 배우들의 경우에는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발산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기만을 바라보고 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김시영은 관객들의 반응을 잊지 못해서 무대에 선다고 한다.
"전 쉴 때 다른 연극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배우들이 흔히들 연기를 쉬면, 연기에 감(感)이 떨어진다고들 하죠. 그런데 저는 그 말에는 100%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감(感)보다는 열정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전 공연을 보면 볼수록 저 무대에 서야지라는 생각이 더 강해져요. '이블데드'를 혼자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공연이 끝나고 박수소리가 들리고, 다시 커튼콜때도 관객들의 박수가 나오잖아요. 전 그때 눈을 감고 언제가는 이 박수소리와 환호소리를 제가 가져와야지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무대에 안 올라갈 수가 없어요"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박효상 기자 photo_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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