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의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재무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데, 채권은행들은 지난해 말 실적이 나오는 대로 거래 대기업을 상대로 본격적인 정밀심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부실 징후가 나타나면 개별 기업 또는 그룹별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조사결과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지난해 3분기 9에서 4분기 28로 크게 높아졌으며 올해 1분기도 31로 전망됐다. 이 수치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대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여건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기업의 신용위험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마저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지난해 말에 8000억원 지원을 결정했으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도 부도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의 분석 결과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주로 중견 이상의 기업 326개 가운데 BB+ 이하의 투기등급은 24.8%(81개)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8개 주요 기업에 대해 증권사들이 분석한 실적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 분기보다 각각 27.6%, 50.5%나 급감했다. 또 올해 영업이익은 61조86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 당시 추정치보다 17.4%나 줄어든 것이다. 30대 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08.5%로 1년 전보다 18.8%포인트 높아졌다. 9개 그룹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대기업(제조업종)의 작년 12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2로 전달보다 13포인트 급락해 1998년 외환위기 때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제조업의 업황전망 BSI는 52로 작년보다 16포인트 떨어졌고 중소기업(55)보다는 대기업(47)이 더 어두웠다. 대기업의 자금사정 BSI는 작년 11월 73에서 12월 64로 하락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은 2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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