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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가리기 늦으면 늦을수록 한국경제 치명상"

입력 : 2009-01-12 09:28:06 수정 : 2009-01-12 09: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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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건설·조선업계부터 신속 정리” 지적높아
“외환위기 때 기아자동차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아차 사태에 정치권과 노조, 언론이 뛰어들어 시간만 끌다 구조조정이 실패하는 바람에 결국 국가 부도까지 맞지 않았습니까. 부실 기업 정리는 더 이상 미뤄선 안 됩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이끄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소걸음’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기업의 연고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외압이 거세지는 최근의 행태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금의 글로벌 위기를 벗어나려면 신속한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조조정이 되지 않으면 건실한 기업과 부실한 기업 간의 ‘옥석’이 가려지지 않아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 기업의 자금난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과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지 않고 회사채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 등 111개사에 12일까지 재무제표 등의 자료를 제출받아 신용위험 점수를 매기고 등급을 분류해 16일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채권단은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이견을 조정한 뒤 23일까지 대상을 확정한다는 것이 건설·조선업계 구조조정의 핵심 일정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채권기관 간에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아 현재로선 금융당국의 일정대로 추진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영한 듯 지난 8일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장으로 선임된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도 “빨리 하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무리 없이 추진하는 것이 좋다”며 금융당국과 다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필사적인 기업 구명로비와 여론몰이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C&중공업은 지난 주말에 확정짓기로 한 실사 개시도 당사자들 간의 이견으로 이번 주로 넘어왔다. C&중공업이 소재한 전남도의 박준영 지사는 11일 “정부 전략산업으로 시작한 신생 중소형 조선사를 퇴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부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당장 문제가 불거진 건설과 조선업종부터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심화되는 것은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자칫 기업이 잘못돼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어떤 투자자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기업 살리기와 경기 부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부가 확실한 원칙을 세워 일관성 있게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처럼 우량은행을 판단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2%에서 10%로 왔다 갔다 한다거나 구조조정과 기업지원이 혼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금융감독 당국이 중심을 잡고 채권금융기관조정위에 확실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담당기구가 정치권과 지자체 등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 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어야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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