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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국제분쟁지역 진단] ③ 법의 지배 요원한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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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종족 갈등 뒤얽혀 테러 악순환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 철수가 본격화한 지난 4일, 이라크 시아파 사원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로 시아파 최대 축제인 ‘아슈라’ 순례자 10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현지 언론은 시아파와 분쟁 중인 수니파 측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분쟁지역 사상자 집계 사이트(icasualties.org)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이라크에서 죽어간 민간인은 시아파 사원 테러 사망자를 포함해 4만4273명으로 늘었다. 이 숫자는 신문에 보도된 사망자만을 누적 집계한 것으로,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250년의 역사를 지닌 ‘아라비안나이트’의 고향, 바그다드가 테러에 신음하고 있다.

테러의 뿌리인 이라크 종파 분쟁은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한층 격화됐다. 무엇보다 후세인 정권 몰락으로 그의 철권통치에 억눌려 있던 두 이슬람 종파 간 갈등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인 수니파 강경그룹은 미군 점령 이후 시아파 주도의 누리 알 말리키 정부가 들어서자 이를 ‘친미 괴뢰정부’로 몰아붙이며 반정부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정파는 유전 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을 자치주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시아, 수니파 모두와 대립하고 있다.

알 말리키 총리 주도의 이라크 새 정부는 국민통합을 내세우며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권력 기반이 취약한 탓에 이라크 3대 세력인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파의 종교적, 정치적 갈등과 이권 다툼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2003년 4월9일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후세인 동상을 끌어내릴 때만 해도 미국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령국의 실체가 곧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이슬람 근본주의 유입과 종파주의, 인종적 정체성 강화, 무장세력의 발호 등이 그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내분 상황을 악화시킨 또 다른 요인은 미군의 존재다.

이라크 개전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군의 이라크 점령 정당성이 약화된 터에 반미 성향의 이슬람 전사들이 미국 점령 체제를 흔들기 위해 종파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수니파 저항세력이 시아파 주민이 밀집해 있는 종교 행사장 등에서 자폭테러를 자행하면 시아파 강경그룹은 민병대나 경찰 등을 동원해 수니파 주민들에게 보복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는 집권세력인 시아파 내부에서조차 친미파와 반미파로 나뉘어 노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난 1일 발효된 미·이라크 안보협정에 따라 오는 6월까지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철수하고 2011년까지 14만 주둔군 전부가 철군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후 철군 일정에 대해 “군 사령관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지만, 그의 측근들은 여전히 대선 공약인 ‘취임 후 16개월 이내(2010년 5월) 철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는 “미군 철군 전에 이라크를 손질하기엔 이미 늦었다”면서 “살상행위를 최대한 늦추며 퇴각하는 게 미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바그다드의 현실은 시내 담장 곳곳에 붙어 있는 ‘법이 나라를 만든다’는 포스터 구호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조남규 기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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