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세브란스병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예상된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1심 판결만으로 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했다고 인정받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세브란스병원이 충분한 논의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며 "최고 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해야 국민들의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고 의료진도 존엄사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대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동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고윤석 회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세브란스병원이 이번 사건으로 무의미한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기준이 마련되는 계기를 만든 셈"이라며 "의료진도 1심 법원의 판결에 상당부분 공감하겠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의뢰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 회장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들이 죽음의 과정을 품위있게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존엄사 지침이 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생명윤리학계 역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섣부른 법제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반응을 나타냈다.
한국철학회 생명윤리위원인 최경석 교수(이화여대 법과대학)는 "세브란스병원이 비약상고를 한 것은 조속히 최고법원의 판결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하더라도 환자 김씨 사례로 국한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이 1심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하더라도 이를 모든 식물인간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하려면 남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속전속결'식의 법제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무의미한 치료인지 판정하는 시스템 마련, 환자에게 미리 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 '사전 지시' 제도 도입, 경제적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치료중단을 선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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