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처의 가르침 통해 참평화·행복 얻었으면… "

입력 : 2008-12-03 17:08:08 수정 : 2008-12-03 17:08:0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수녀 되려다 비구니가 된 일아스님 '팔리어 경전' 출간 “불교의 뿌리와 같은 팔리어 경전을 통해 생생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수녀가 되려다 불교에 이끌려 비구니가 된 일아(62·사진) 스님이 방대한 분량의 팔리어 경전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주제별로 뽑아,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민족사)을 펴냈다. 팔리어 경전은 제자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던 부처의 말씀을 기원전 94년 스리랑카에서 처음으로 문자화한 것으로, 20권이 넘지만, 일아 스님이 2년간 번역에 몰두한 끝에 핵심만을 추려 한 권으로 묶어냈다. 원전을 꿰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성과물이다.

“대승 경전과 초기 경전에 통달했던 루이스 랑카스터와 아난다 구르게 등 두 분의 스승 밑에서 17년 동안 팔리어로 불교를 배운 덕분입니다. 이 한 권만 읽으면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이 선명하게 들어올 것입니다.”

일아 스님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개신교 재단인 서울여대 가정학과 재학 중 채플 시간에 자의식이 싹터 수도자 생활을 동경하게 됐다. 졸업 후 3년간 고교 교사로 봉직하다가 기왕 수도자가 될 바에는 머리를 깎는 스님보다 제복이 멋진 수녀가 되고 싶어 서울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에 입회했다. 2년 동안 가톨릭 신학원에서 공부했고, 약 6년간 수녀원에서 수련생활을 했다.

그가 불교로 방향을 튼 것은 수녀원 도서관 근무 중 매일 책 한권을 독파하다가 법정 스님이 쓴 ‘불교 경전’ 등 다양한 불교 서적을 접하고 동요가 왔기 때문. 불교는 배타성과 독선이 없었으며, 그 자체의 자유로운 정신에 이끌렸던 것이다. 그는 종신서원 전에 수녀원을 나와 그 길로 송광사 불일암에 주석 중인 법정 스님을 찾아가 장문의 소개장을 받아들고 비구니 사찰인 울산 석남사에서 머리를 깎았다. 석남사 선원장으로 있는 법희 스님이 은사다.

“가톨릭도 참 좋아요. 수도생활도 똑같지요. 단지 제 적성에 안 맞았을 뿐이에요.”

학문에 뜻이 깊었던 그는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 종교학과를 거쳐 유니버시티 오브 더 웨스트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철학) 학위를 받은 다음, 로스앤젤레스 로메리카 불교대 교수로 지내며 강의를 해왔다. 그는 미국으로 가기 전 운문승가대를 졸업했으며, 미얀마와 태국의 명상 센터에 머물며 약 2년간 위파사나 수행법으로 참선을 익혔다. 참선 수행은 훗날 공부 집중에 큰 도움이 됐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입니다. 불교만큼 수행을 강조하는 종교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부처님은 제자들이 기적을 행하라고 유혹했지만, 철저히 거부할 정도로 현실을 직시했지요.”

책은 ‘원전으로 다시 읽는 부처의 생애, 사유,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부처가 직접 행했던 수행방법도 소개되고, 부처의 행적을 추적한 지도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부록으로 ‘빨리 대장경 이해하기’도 담겨 있다.

“인간사 모두가 슬픔과 괴로움으로 이뤄져 있지만, 부처님은 여기에 억눌리지 말 것과 이를 넘어서는 지혜를 가르쳐 주셨지요. 팔리어 경전을 읽고 모두가 평화와 행복을 얻고,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수 선임기자 hul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지수 '시크한 매력'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
  • 스칼렛 요한슨 '아름다운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