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빨간색이 간판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 같다. 빨간색 간판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건물과 간판의 조화가 깨진다. 빨간색은 눈을 자극한다고 들었다. 또 빨강은 파장 중에서 장파에 속하기 때문에 반사가 잘 되고 눈을 피로하게 한다.
언젠가 프랑스 파리에 갔는데 거기는 우리와 달리 빨간색 간판이 거의 없었다. 세계적인 유명 매장들이 들어서 있는 파리의 샹젤리제거리에서 모든 간판은 일대의 건물색과 어울리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원칙이다. 바탕색으로는 감색 등 짙은 색, 글씨로는 노란색이나 금색 정도가 허용된다. 빨간 바탕색은 절대 사용할 수 없어서 세계적으로 붉은색을 사용하는 맥도널드 햄버거점 간판도 여기에서는 흰색이었다.
파리에서 만일 간판을 마음대로 걸었다가는 철거할 때까지 매일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들었다. 간판 하나에도 적용되는 이러한 조화의 원칙, 우리도 빨간색의 마구잡이식 간판은 좀 줄였으면 한다.
강명순·서울 강서구 등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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