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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환자가 어떻게 존엄사 소송을?

입력 : 2008-11-30 13:50:35 수정 : 2008-11-30 13: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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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법, 의사능력 상실시 특별대리인 허용

 

  지난 28일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판결로써 ‘존엄사’가 허용됐다. 첫 판결인만큼 1992년 보래매 병원 사건 등을 통해 확립된 기존 판결 취지와 어긋난다. 고등법원 항소심이나 대법원 상고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첫 판례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피고인 병원측-이번 소송은 환자와 환자 가족이 산소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병원 측을 상대로 낸 것이다-이 항소할 것 같지 않다. 병원 측은 그동안 법적 책임 문제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떼게 해 달라’는 가족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지만 법원이 판결로써 결정한만큼 산소호흡기를 떼더라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칠 경우 이번에 재판부가 언급한 ‘자기운명결정권’이 그 기간만큼 제약당하고 가족 고통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원고들 중에도 환자 본인을 제외한 가족들이 패소했지만 항소할 가능성은 제로다. 가족 청구는 기각당했지만 환자 본인의 청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환자인 김모(76,여)씨는 식물인간 상태인데 어떻게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

 김씨는 지난 2월18일 폐암 발병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기관지내시경으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 출혈 등으로 저산소증 뇌손상을 입었다. 김씨는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에서 항생제 투여와 인공영양 공급, 수액 공급 등 치료를 통해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가 소송을 낼 수 있었던 건 민사소송법에 특별대리인제가 있어서다. 민사소송법은

 민사소송법 제62조는 소송절차에서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실상 의사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소송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특별대리인을 내세우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김씨의 딸들 중에 맏딸이 특별대리인을 맡았다.

 현재 김씨는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데, 재판부는 어떻게 김씨 의사를 확인했을까.

 재판부는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치료 중단의사를 밝히기 위해서는 치료 중단 당시 질병과 치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명시적으로 표시해야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의식불명 상태라 치료 중단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의식불명인 경우에까지 명시적 중단의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환자가 ‘현재 자기 상태와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받았더라면 표시했을 진정한 의사를 추정하여 그 추정된 의사를 근거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몇가지를 근거로 김씨가 의식이 있었을 경우 치료중단을 결정했을 것으로 봤다.

 우선 김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3년 전 심장질환의 남편 임종 당시 며칠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도록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족에게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 때 인공호흡기는 끼우지 말아라. 기계에 의해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평소 환자가 병석에 누워 간호를 받으면 살아가는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나는 저렇게까지 남에게 누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고 깨끗이 이승을 떠나고 싶다”고 말해 왔다. 김씨가 평소 생명연장치료를 받지 아니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해 왔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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