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좌투수 장원삼을 받고 왼손 투수 박성훈(26)과 현금 30억원을 히어로즈에 주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히어로즈가 주축 선수를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장원삼은 올해 12승8패, 방어율 2.85를 기록한 히어로즈의 에이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6년 입단한 장원삼은 그해 12승10패, 방어율 2.85를 기록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3년간 33승28패.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 뛰었던 장원삼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문제도 해결한 알짜배기다.
전병호가 은퇴 후 투수 코치로 돌아선 삼성은 배영수, 윤성환과 함께 장원삼을 선발의 한 축으로 기용할 수 있게 돼 내년 시즌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구축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운영난에 처한 구단이 주요 선수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장원삼과 유니폼을 바꿔 입을 박성훈이 2005년 입단 후 올해까지 24경기에서 고작 15와 3분의 2이닝을 던진 선수라는 점에서 일반 상식으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다. 사실상 현금 트레이드다.
지난 6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1차 가입금 24억원 납부 때 한 차례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히어로즈는 12월 2차 가입금 납입을 앞두고 자금난에 처해 있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우리담배㈜가 후원을 포기한 뒤 현재 메인 스폰서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마운드의 기둥인 장원삼을 팔아 운영자금과 가입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쌍방울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연스럽게 일고 있다. 쌍방울은 당시 IMF 사태로 자금난에 처하자 김기태, 박경완, 조규제, 김현욱 등 투·타 주축을 모두 현금을 받고 팔았다.
창업투자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프로야구에 가입할 때 이를 승인해준 KBO는 당시 이런 상황에 대비해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선수 트레이드 시 KBO의 승인’ 등을 안전장치로 내걸었으나 이번 트레이드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해 빈축을 사고 있다.
유해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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