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범죄자들도 일을 저지르고 난 후 '당시에는 내 정신이 아니었다'는 말을 하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악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고 느꼈고 그런 것들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영화 '맨데이트 : 신이 주신 임무'의 박희준 감독은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설명한 영화의 기획 의도다. '맨데이트'의 주된 줄거리가 강간이나 살인과 같은 범죄 행위들이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악령에 의해 일어나고, 고스트 헌터가 악령을 퇴치해 범죄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박 감독이 드러내고자 하는 내용은 관객들에게 깊은 생각이 필요없이 잘 전달되었다.
그러나 이런 기획의도와 달리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공간의 한정,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장면의 이어짐으로 인해 영화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 느낌을 주었다. 형사들은 물론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마을 사람들 등이 우리 주변 사람들과 전혀 동화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발산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초반부터 마치 사회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범죄 혹은 사회 이상현상을 장황하고 커다란 스케일로 제시하다가 정작 사건이 일어나는 공간 및 심적 영역은 극히 한정되어버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만 안겨줬다. 또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해 설정한 듯한 코믹캐릭터의 신참 형사 찬수 (이수호 분) 역시 억지스러운 연기를 펼쳐 웃음도 의미도 전혀 전달되지 않은 꼴이 되어버렸다.
고스트 헌터인 최강 (재희 분)과 신기자 (유다인 분)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한 장면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아닌 '일단 어느 시점에서든 풀어보자'는 식으로 보여줬다. 사람의 의지를 조종하는 무형의 악령이 진한 메이크업으로 분해 유형의 악령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어색했다.
결국 관객들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는 영화 초반에 알아챘지만,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는 '왜''어떻게'를 끊임없이 물어봐야 하는 불편함을 느껴야 할 듯 싶다.
'천사몽''남자 태어나다'의 박희준 감독이 세 번째로 만든 작품 '멘데이트:신이 주신 임무'는 오는 30일 개봉된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