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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방화·살인사건 현장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에서 현장검증이 진행돼 범인 정상진(30)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송원영 기자 |
23일 고시원 방화·살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벌어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범행을 저지른 정상진(30)씨가 현장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정씨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정씨를 막고 있는 경찰과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현장에 나온 시민들도 정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생수병을 던지는 등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현장검증 내내 고시원 밖에서 비를 맞으며 애타게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건물 안까지 들렸지만 정씨는 담담하게 사건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흰색 마스크와 검은 모자를 쓰고 검정 상·하의를 입은 채 고시원에 도착한 정씨는 사건 현장인 3층으로 올라가 범행 당일처럼 검은 털모자와 마스크, 물안경, 헤드 랜턴, 권총모양 라이터와 라이터용 휘발유통이 부착된 멜빵, 가스 권총을 총집에 담은 허리띠를 착용했다.
정씨는 3층 자신의 방 침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을 시작으로 범행을 재연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이어 방을 빠져나와 피해자 이월자(50·여)씨를 대역한 마네킹과 마주치자 30㎝ 길이 종이칼로 마구 찌르는 흉내를 내는 등 3층과 4층에서 피해자 9명을 습격한 상황을 재연했다.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이 끝나고 정씨가 모습을 나타내자 유족들은 다시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공동대표인 김해성 목사를 대변인으로 내세워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적절한 보상과 사망자 합동분향소 설치, 수사진행 상황 공개와 정부조치 발표 등을 요구했다.
김 목사는 “재중동포 유가족들은 돈이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쌓이는 병원비에 애를 태우고 있다”며 “이들은 냉동실 시신 안치에 하루 8만∼12만원, 빈소 대여에 30만∼50만원, 식비 같은 각종 부수비용으로 10여만원 등 매일 쌓이는 50만원∼100만원의 빚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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