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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시여! 1%가 지배하는 세상, 정녕 당신의 뜻입니까

입력 : 2008-10-03 17:44:32 수정 : 2008-10-03 17: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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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지배하는 대표적인 ‘슈퍼클래스’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루퍼트 머독, 빌 클린턴, 앤젤리나 졸리, 반기문, 빌 게이츠, 벤 버냉키.
슈퍼클래스-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위의 권력집단/데이비드 로스코프 지음/이현주 옮김/더난출판사/2만8000원
데이비드 로스코프 지음/이현주 옮김/더난출판사/2만8000원

만일 당신의 삶, 당신 가족의 생활에 누군가 개입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종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분명,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매우 불쾌하다 못해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당하며 살고 있다. 굳이 신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신보다 먼저, 더 구체적으로, 직접적으로 우리의 삶에 개입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21세기는 ‘슈퍼클래스’라고 부른다. 그들의 결정은 수천, 수억명의 삶을 움직이고, 그들의 시각과 행동은 역사의 물줄기까지 순식간에 바꾼다. 그들은 세계 60억명의 인구 중 6000명쯤 된다. 100만명에 1명꼴로 존재하는 셈이다. 즉 0.000001%가 99.999999%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 재벌, 국제금융의 본산지, 미디어그룹을 이끌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테러 조직도 이끌어간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상공부 부차관을 지내며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직접 경험한 저자 데이비드 로스코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슈퍼클래스’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권력과 부를 손에 쥐고, 세계 정치·경제·문화·군대·종교계를 움직이는 그들을 파헤쳤다. 책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슈퍼클래스 내부 세계로 들어가 그들이 출현한 과정, 영향력, 부와 권력의 정도, 그들의 네트워크,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 등 그들의 모든 것을 탐험하고 그들이 우리 시대를 어떻게 형성하고 이끌고 있는지를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분석, 조망한다.

그 가공할 위력을 처음 접하면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이미 그들에게 포위된 세상에 사는 존재로서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슈퍼클래스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권력’이다. 그들은 단순히 한 국가만이 아니라 국경 너머에 사는 수백만명 혹은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말 한마디, 몸짓 하나까지도 세계가 주목하는 빌 게이츠나 조지 W부시 대통령,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 등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금세 감이 올 것이다.

이 집단에는 약 50조달러의 자산을 주무르는 세계 상위 50대 금융기관의 지도자를 비롯해 엑손모빌·월마트 등 굴지의 대기업 책임자들, 상당한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최고위 정부 관리들 또한 포함된다. 국가원수들은 당연히 포함되고 주요 외교관과 군 사령관들도 슈퍼클래스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고위 경제 관리도 포함된다.

이 밖에 미디어 거물인 루퍼트 머독, 페이스북을 만들어낸 23살의 신동 마크 주커버그 같은 정보·통신업계의 슈퍼클래스, 교황이나 이란의 아야톨라 하메네이, 라틴 아메리카의 루이스 팔라우, 보노와 앤젤리나 졸리처럼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사회활동을 벌이는 문화계 아이콘, 오사마 빈 라덴이나 시리아의 무기 밀매상 몬제르 알 카사르와 같은 암흑가의 엘리트도 슈퍼클래스 명단에 포함시킨다.

한국인 중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여의도순복음 교회의 조용기 목사가 거론된다.

저자는 이들의 특징을 “평균 나이는 58세, 미국과 유럽의 갑부들이 61%를 차지하며 성별로는 남자가 94%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체나 금융회사를 소유한 기업가들이다. 그리고 세계 슈퍼클래스 중 약 3분의 1이 하버드와 예일 등 20개의 명문대학 출신으로 그들은 권력과 부가 집중된 그들만의 작은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들은 슈퍼클래스의 동네공원이라 불리는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라틴아메리카의 가장 중요한 모임인 ‘부자포럼’, 세계경제포럼의 지역적 대안으로 창설된 중국의 보아오포럼과 빌더버그클럽,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 삼자위원회 등을 통해 세계를 설계하고 쥐락펴락 한다.

문제는 슈퍼클래스의 세력이 커질수록 세계의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는 것. 성장의 혜택이 일부 극소수에 쏠리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주요 다국적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받는 연봉은 일반 근로자의 350배에 달한다. 이 격차는 1970년대보다 10배 증가한 것으로 힘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긴다는 분노가 커지고 있다.

책은 현재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이들의 과도한 권한과 영향력 때문에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불평등이 악화할수록 세계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균형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도입하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자유와 정의의 균형을 다시 맞추고 슈퍼클래스와 세계 일반 대중의 권력 균형을 다시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교육’을 제시한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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