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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딸라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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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26 21:26:34 수정 : 2008-09-26 21: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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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을 망하게 하는 저 민심 이반의 원인 고리대금을 뿌리뽑아라.”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는 최고 60%의 고리채로 고통받는 로마 시민을 위해 카이사르가 이를 근절하는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한데 카이사르와 1차 삼두정치를 이끌었던 크라수스는 고리대금업으로 거부가 된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고리대금업은 뿌리가 깊어 문학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높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허덕이는 채무자의 살점을 떼어내겠다는 유대인 악덕 채권자 이야기가 나온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선 상식을 벗어난 이자 놀이에 분노한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니코프가 ‘이(蝨)’와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고리대금은 고대부터 서민 경제를 파탄시키는 주범의 하나여서, 어느 나라나 고리의 피해를 줄이려는 폭리제한법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주법으로 뉴욕주 연 16%, 캘리포니아 연 10%로 제한하고 있다. 대만은 20%, 일본은 15∼20%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 대부분 연 20% 안팎이다. 사회문화적 성숙도가 떨어지는 나라일수록 고리대금업은 성행한다. “시골에서는 파종 때 쌀 한 말을 빌리면 추수 때 무려 두 말 반을 돌려줘야 했다….” 방글라데시의 빈민운동가로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을 하는 그라민 은행을 창립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가 자서전(‘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에서 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경기불황으로 고리사채를 썼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에 신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6·25전쟁 후 회자됐던 ‘과부 달러 빚이라도 얻는다’는 말이 다시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갚기가 쉽지 않은데도 홀로 된 부인이 자식을 가르치려고 비싼 이자를 주고 귀한 달러를 빌려 쓸 정도로 요즘 서민들이 힘들게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이 불법 고리대금업자 합동 단속에 나섰다. 현재 사채의 이자 상한선은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 대부업자의 경우 49%이며, 개인 간의 사채는 30%로 제한돼 있다. 법은 이름만 있고 고리에다 ‘신체포기각서’까지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흡혈귀가 따로 없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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