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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후, 리치몬드 보타닉 가든을 찾아

입력 : 2008-09-19 13:54:21 수정 : 2008-09-19 13: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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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거의 없고 아주 조용하다. 미국의 시골은 대개 그렇다. 복작거리는 곳에서 살던 사람들은 오히려 고독 해서 견디기  힘들다. 그저 아주 조용하고 넓고 평온하다. 아주 잘가꾸어져 있고 넓은 잔디 밭이 펼쳐져 우리나라 같으면 들어가서 돗자리 펴고 삼겹살 구워 먹으면 좋은 곳이다.

사람들도 더 순박하고 상냥한 것 같다. 나는 이제 법적으로 55세가 넘으니 시니어라는 대접도 받는다. 돈을 내고 표를 사도 좀 덜낸다.

요즘은 시간나면 주말에 자주 리치몬드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그것의 명소를 찾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큰딸은 어떻게든 내 중년을 풍요롭게 해주려고 애쓴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유명한 곳은 다 데려가려 애쓴다. 그러고 보면 딸은 참 좋은 것이다. 자상하기가 말로 다 못한다. 아들은 그저 멋대가리 없는 듯 하나 딸은 아주 세세하다. 그렇다고 우리 아들이 멋대가리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아들은 아주 효자다. 그걸 못박고 나서 보편적으로 남자애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추석날의 산책은 보타닉가든으로 정하고 아침부터 그곳으로 갔다. 전에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워싱턴 보타닉 가든을 가본 적이 있다. 아주 큰 온실에 갖가지 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여기는 그곳과 비슷하나 외부의 큰 연못이나 정원이 워싱턴 것 보다 열배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가든을 걸으며 '미국은 참 아름답다, 미국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가난한 시골에서 미국에 돈벌러온 간호원이 다시는 아프리카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나도 그런 마음이다. 세상 천지 얼마나 아름다운 땅이 있더라도 미국만큼 아름다운 땅이 있을까? 미국을 찬양하는 친미 주의자로 보이겠으나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고 느낀대로 글을 쓰는 것이다.

리치몬드는 버지니아 수도이나 참으로 시골이다. 대개 시골이 그렇듯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백인인데 그게 이상하다. 시골엔 백인들이 많이 산다.

잔잔한 연못을 보니 물이 제법 시퍼렇다. 물이 시퍼런 건 수심이 깊다는 뜻이다. 연꽃 같은 잎새 위에 거북이가 두 마리 보인다.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조그만 애완용 거북이이다. 자연은 참 아름답다. 정신없이 경치를 감상하며 걷다가 다리가 아파서 좀 쉬다가 나왔다. 초가을 바람은 아주 시원 하고 여름을 마지막 보내는 것이 아쉬운듯 태양은 잔디밭을 내리쬔다.

 / 유노숙 워싱턴 통신원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1.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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