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2일 밤(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 대표를 소집해 리먼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가 14일 미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인수할 수 없다면서 협상에서 철수한 데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인수협상 포기를 선언했다.
리먼 측은 결국 15일 자산 보호와 가치 극대화를 위해 ‘챕터11’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11은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제도로, 법원은 기업 정상화가 청산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하면 챕터11 신청을 받아들인다.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 상당수 대기업이 챕터11을 통해 회생에 성공한 바 있다. 리먼의 채무규모는 현재 6000여억 달러로, 미 사상 최대의 파산보호 신청 기록을 남겼다.
미 금융계는 미 정부와 각 금융기관의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15일 성명을 발표하고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의회를 비롯한 정책 결정자 및 국외 관계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뒤 “미 자본시장의 복원력에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베어스턴스 등에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해 비난을 샀던 만큼 더 이상의 구제금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증권사들이 유동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융자의 담보를 주식이나 증권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15일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은 FOMC가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92%로 점쳤다.
대형 은행과 증권회사들은 700억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해 유동성 부족 사태에 대처하기로 했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BOA 등 10개사는 각각 70억달러씩 갹출해 기금을 조성한 뒤 기금 조성에 참여한 업체가 유동성 부족에 빠지면 지원해 주기로 했다. 기금은 이번주부터 바로 운용된다.
이런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4일 ABC방송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붕괴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정도의 사건”이라며 “이것이 또 다른 메이저 금융사들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15일 “아마도 우리는 세계 금융분야의 인수합병을 더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가 지나가면 금융분야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금융전문 사이트 CNBC닷컴의 CEO인 윌버 로스는 이날 “미 전역에서 많게는 1000개 정도의 은행이 다음달까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베어스턴스, 리먼을 이을 신용위기의 다음 희생양으로는 미국 최대 보험사 AIG가 유력하다. AIG는 FRB로부터 40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FRB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AIG는 또 항공기 리스 관련 자회사 ILFC 매각 등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15일 발표할 계획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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