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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휴식주는 그림 그리는 ‘구름나무’ 화가 이고운

입력 : 2008-09-16 10:02:22 수정 : 2008-09-16 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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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잃어버린 꿈‘분홍빛 몽상’을 깨우다
◇구름나무 시리즈 앞에 선 이고운 작가. 그는 의식 저편 무의식의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달콤한 휴식을 화폭에 펼쳐내고 있다.
일상에 휴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차세대 유망 작가 이고운(29)은 당당히 말한다.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현대미술의 전초기지인 뉴욕에서 붓질을 담금질한 작가로서는 어찌보면 의외라 할 수 있다. 신세대 작가들의 난해함이나 극히 사소하고,사적이고, 일상적인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라우갤러리가 기존 상업화랑과 작가 사이의 ‘전속’개념에서 탈피해, 보다 작가 친화적인 ‘동반작가’공모전에서 100여명의 작가들 중에 그를 선택한 이유도 의외성 때문이다.

심사에 참여한 박만우 독립큐레이터는 “구름을 소재로 한 회화적 표현과 3차원 설치에서 작가만의 조형적 잠재 역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전통 산수화에서 바위와 산을 묘사하는 준법과 구름을 형상화하는 고식(古式)적 처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양식화하는 접근방법이 신선하다”고 평했다. 전통을 ‘희롱’하는 담대함 못지않게, 마치 산수화의 엄격한 정신세계에 억눌려온 욕망의 구석을 끄집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산천의 구름을 타고 부유하고픈 꿈일런지 모른다.

◇평면 속 오브제를 공간속에 구체화 한 작품. 펠트(Felt)를 재료로 해 전시공간에 구름처럼 떠있게 설치했다.

누군가 그랬다. 현대인은 정신적 휴식의 저수지인 꿈과 몽상을 잃어버렸다고. 작가는 그래서 분홍빛 몽상을 일깨우려 한다. “저의 꿈과 기억이 단단히 엮여가는 그곳은 환상과 현실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아요. 최근 2년간의 ‘구름나무’ 연작도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중간지대를 저만의 조형적 언어를 빌어 발전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구름나무들은 때로는 숲으로 때로는 연못으로 그 형태를 전이시키고 혹은 신체의 곡선이나 감정의 덩어리들로 확장되기도 한다. “구름과 나무라는 두 모티브의 결합은 답답하고 한정 지어진 현실로부터 꿈으로 가득한 또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해 주는 출구이자 통로라 할 수 있습니다.”

구름과 나무. 둘은 우연히 스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인간의 알 수 없는 인연처럼 그들끼리 추상적 관계를 맺어가며 하나의 심상 풍경이 된다. 때로는 성장을 멈춘 듯 나이를 알 수 없는 나체의 인물들이 구름나무 속으로 머리를 숨긴다. “ 현실의 고리를 끊고 자신의 정체성을 잠시 망각한 채 숨겨두었던 아름다운 무의식 속으로 ‘투항’하고 있는 것이지요.” 더 깊은 몽상의 세계로 미끄러져 간 그 공간에는 외부의 시곗바늘은 멈춰지고 그들만의 시간이 신비한 구름나무 아래 흐른다. 작가는 감상자들 또한 그들만의 분홍빛 몽상의 세계로 인도되길 바란다.

프랑스 구조주의 선구자였던 바슐라르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바깥과 안쪽의 가치를 함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작가가 무의식 속에 묻혀 있는 이미지의 원형을 찾아나서는 건 당연지사다. 특히 작가들은 무의식에 침잠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고운은 ‘구름나무’라는 상징으로 의식과 무의식을 오간다. 그림나무 풍경은 숲이나 연못으로, 혹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신체의 이미지로 화한다. 머리를 숨긴 그림 속 신체 이미지들은 무의식의 유영을 최대한 즐기려는 작가의 분신일 수 도 있다.

관람객은 구름나무 앞에서 각자의 꿈속에 잠기게 된다. 보이는 이미지 너머를 보게 되고,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번잡한 세상에서 휴식의 몽상을 달콤하게 만끽했으면 합니다.” 그는 인간 감성의 원초적 포인트에 작은 파문이 되고자 한다. 24∼30일 그라우 갤러리 초대전. (02)720-1117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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