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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北 종교실상 왜곡된 통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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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1-21 14:49:23 수정 : 2009-01-21 14: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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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지난여름 미국에 체류 중 책방에 들렀다 우연히 세계지도백과사전을 구입해 볼 기회가 있었다. 호주 랜덤하우스가 1999년 초판을 발행하고 이를 수정 보완한 2007년 개정판인데 세계 각국의 상세 지도와 각국의 인문지리도 함께 수록한 책이다. 독도를 둘러싼 미국 지명위원회의 수정 논란도 있었고 이어도를 놓고 중국과의 갈등도 있던 터라 한반도 관련 내용부터 살펴보았는데, 엉뚱하게도 남북한의 주요 통계 항목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의 종교 실태를 소개하면서 불교와 유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51%, 샤머니즘과 천도교 등 전통신앙 25%, 기독교 4%, 기타 20%라고 기술하고 있다. 반면 남한의 종교 분포는 기독교 26%, 불교 26%, 유교 1%, 기타 1%, 그리고 종교 없음이 46%로 되어 있다. 북한의 종교 실상에 대한 터무니없는 무지와 왜곡이 놀랍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서 비교되는 남북한의 종교 실태가 실상과는 너무 차이가 커서 그대로 넘어갈 수만은 없는 일이다. 단적으로 이런 통계 자료만 보면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일 뿐 아니라 인민 대다수가 종교적 심성을 갖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국가로 인식될 수 있다. 반면 모든 면에서 북한과 대비되는 남한은 종교의 자유는 있으나 국민의 절반가량이 무신론자로 비칠 수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최첨단의 과학문명을 자랑하지만 서양 사회 문명성의 뿌리는 기독교를 비롯해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신앙에 독실하지 않거나 냉담자일지라도 자신의 종교성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 것이 서양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다. 테러리즘과 관련해 이슬람에 대한 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종교나 신앙이란 측면에서 이해나 유대감이 표출되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대한 서양인의 호감이나 존경심도 정치적 계산보다는 정신적·종교적 이해가 녹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권 독자들을 상대로 서양에서 출판된 지리백과사전의 내용은 ‘남한=비종교국, 북한= 종교국’으로 각인될 소지가 있으며 이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정부 당국의 각성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출판사에 따르면 남북한에 대해서는 일본 도쿄 소재 대학의 바쿠 종현이라는 재일교포 교수가 감수한 걸로 되어 있다. 남한에 관해서는 1999년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국민통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걸로 추정된다. 반면 북한에 관해서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사실과 전혀 다른 통계 자료를 사용하였다. 올해 초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간한 ‘2008 북한 종교자유 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천도교 1만5000명, 불교 1만명, 기독교 1만2000명, 그리고 천주교 800명 등 총 3만7800명에 교직자는 불교 200명, 기독교 20명으로 발표하였다. 조총련이 발간하는 월간지 ‘조국’에서도 2004년을 기준으로 기독교와 천도교 각 1만3000여명, 불교 1만여명, 천주교 3000명으로 신자 수를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의 공식 자료를 믿을 수 없지만 지리백과사전의 통계 수치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더구나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에서의 종교활동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종교활동 시 100% 처벌받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신앙의 유무를 떠나 지구 상 최악의 종교 탄압국가가 서양 백과사전에 버젓이 종교국가로 소개되는 상황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독도나 이어도 또는 동해 표기를 놓고 국민 여론이 비등하면 정부는 등 떠 밀리듯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그러나 영토뿐 아니라 사상과 문화, 이념과 정체성의 문제가 왜곡되거나 폄하되는 일이 없도록, 특히 남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비교되고 경쟁하는 냉혹한 현실을 감안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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