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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오르가닉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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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5 14:19:05 수정 : 2009-02-25 14: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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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웰빙와인
다른 먹거리 비해 아직 관심과 수요는 적어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필자는 오르가닉 와인(Organic Wine), 즉 유기농법(Organic Agriculture)으로 만드는 와인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마셔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 2001년 말 영국으로 건너가 와인 숍이나 슈퍼마켓, 백화점 등의 와인 리스트에서 ‘O’란 표시로 ‘오르가닉’임을 알리는 와인을 접하면서부터 오르가닉 와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오르가닉 와인이란 일반적으로 ‘공인된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가지고 만든 와인(a wine from organically grown grapes)’을 일컫는다. 토질이나 농사기법 등이 국가기관의 기준에 적합하게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야만 오르가닉 와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려면 먼저 토질이 유기농법에 적합해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존 농업 방식으로 농사를 지은 대부분의 땅은 화학 비료의 성분으로 인해 많이 황폐해져 있다. 이를 다시 본래 자연 상태의 모습으로 돌려 놓기 위해선 수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일정 시간이 흘러 유기농법을 관장하는 기관의 검사로 토질 상태가 유기농법에 적합한 조건이 갖춰졌다는 판정을 받고 나서야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

유기농법에서는 인체나 자연 환경에 해로운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등을 거의 쓰지 않는다. 화학비료 대신 짐승의 배설물이나 포도주를 만들 때 나오는 포도 찌꺼기, 풀 등을 섞어 만든 퇴비를 써서 지력을 살리면서 포도나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오르가닉 와인은 포도 재배뿐 아니라 와인 양조 과정에서 완성된다. 와인 제조 시 공기에 의한 와인의 변질을 막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첨가해온 여러 형태의 황성분(Sulfite)은 때로는 와인을 마실 때 심각한 두통을 초래할 수도 있고 유황 특유의 달걀 썩는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오르가닉 와인은 양조 시 황 첨가를 최소로 줄이고 대신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이용하고 양조 시 사용되는 모든 기구나 용기 등을 철저히 소독하여 와인의 변질 가능성을 줄인다.

미국 내에서 와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관장하는 기구인 ‘ATF’에서 규정한 황 성분 함량은 공인된 오르가닉 와인의 경우 자연적으로 들어있는 황 성분을 포함,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일반 와인은 오르가닉 와인보다 2∼3배의 황 성분이 들어 있기도 하다. 여러 나라에서 오르가닉 와인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먹을거리에 비해 아직 오르가닉 와인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는 미미하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와인은 그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 프랑스 론 지역의 엠 샤프티에(M. Chapoutier)와 같이 유명한 와인 회사도 있지만 주로 호주나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의 남쪽 랑그독 뤼시옹 지역이나 뱅 드 패이 등급의 와인 중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신세계(the New World)의 와인 생산국은 기본적으로 유럽에 비해 기후의 변화가 해마다 심하지 않고 일정하며,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보다는 좀 더 실험 정신이 깃든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에 오르가닉 와인 생산에 유리하고 관심이 많다.

이에 비해 기존의 와인 산지에서는 나름대로 환경친화적인 농업 방식을 지향하더라도 값비싼 포도 밭을 오랜 시간을 기다려 다시 공인된 유기농법이 가능한 땅으로 전환시키는 일이나, 해마다 일정하지 않은 기후 속에서 철저한 유기농법으로 와인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보르도와 같이 습한 기후 지역은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게다가 그렇게 만든 오르가닉 와인이 이미 애호가들의 미각에 자리 잡고 있는 기존의 와인 맛이나 품질이 동일할지, 혹은 더 나을 수 있을지 등이 미지수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오르가닉 와인 생산에 뛰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와인은 수많은 종류가 제각기 다른 특성과 맛을 지녔으니 오르가닉 와인의 품질을 기존 와인들과 객관적인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고 가격 비교도 역시 쉽지 않다.

필자도 몇 가지 오르가닉 와인을 테이스팅해 봤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부족한 경험 탓인지, 아니면 와인의 맛에 대한 확실한 차이를 분별해 내기에 부족한 미각 탓인지 솔직히 기존의 와인들과 비교해 오르가닉 와인의 두드러진 특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마치 전혀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이 처음엔 너무 담백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오히려 어떤 오르가닉 와인은 전반적인 맛이 약간 싱거운 듯한 인상을 받았다.

포도주도 우리가 즐겨 자주 먹는 음식의 하나이니 우리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좀 더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재배되고 양조된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먹을거리와 마찬가지로 오르가닉 와인이 정착되고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으려면 아직까지 좀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또한 굳이 ‘오르가닉’이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우리의 식탁에 오를 한잔의 와인과 그것을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이순간에도 정성껏 포도나무를 가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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