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 수녀는 지난 23일 팬카페 ‘민들레의 영토’(cafe.daum.net/dandelion) 게시판에 투병 사실을 알리고, 삶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메시지를 올렸다.
“2주 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보는 저 하늘, 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군요. 이승을 하직하는 영원한 작별인사는 아니지만 당분간(어쩌면 더 길게)은 오직 병과 동반해야 하므로 제가 여러분을 글로만 만나고 직접 뵙지 못하더라고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저도 노력할 테니…. ‘우울 mode’가 아닌 ‘명랑 mode’로 우리 다 함께 일치합시다.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라는 말도 다시 기억하면서 순간순간을 충실히 삽시다. ‘삶이란 사랑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자유 기간이다’라는 A. 삐에르 신부님의 말씀도 다시 기억합시다. 알았지요?”
이해인 수녀는 수술대에 오르기 직전 지인들에게 “당분간 연락이 되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이 겪을 당혹스러움을 걱정한 것이다.
당시 문자 메시지를 받은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워낙 자상하고 섬세하신 분이라 평소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다”면서 “여행 계획도 없으신 터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확인 결과 암투병이란 소식을 접하고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6월 말, 배에 통증을 느껴 부산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종양을 발견했다. 서울에서 수술을 받은 이해인 수녀는 현재 입원해 있고, 수술 예후는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몸 상태와 치료 일정을 고려해 31일 부산 성 베네딕토 수녀원으로 복귀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는 28일 팬카페에 자필 편지를 보내 회복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나타냈다.
“사랑의 관심과 기도에 깊이 감사 드리면서 잠시 작별인사 드립니다. 이별은 기도의 출발, 이별은 만남의 시작…. 사막을 걷다 보면 오아시스도 만날 희망이 있겠지요? 민들레 솜털 같은 희망을 온 누리에 전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안.녕.히! ―2008. 7. 28 병원에서―”
수녀회 측은 “빠른 회복을 위해서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팬들의 염려와 관심은 고맙지만, 극성스러운 병문안은 오히려 수녀님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열성 독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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