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정부선 민생고통 방관… 비난목소리 거세
초등학교 3, 4학년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오모(39)씨는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할인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500원 하던 아이스크림이 700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간식용으로 사주던 소형 ‘초코칩쿠키’나 ‘야채크래커’도 500원에서 700원으로 40%나 올라 있었다. 학원비가 뛴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고물가는 서민 가계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아무리 절약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가 뛰면서 서민가계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민생에 등돌린 정치권과 손놓은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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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렁한 남대문 시장 1일 오후 남대문시장이 불경기로 썰렁한 모습이다. /이제원 기자 |
통계청의 분석결과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6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무려 7%나 뛰었다. 2001년 5월 7.1%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2007년 평균 3.1%에 그친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1월 5.1%, 2월 4.6%, 3월 4.9%, 4월 5.1%, 5월 5.9%로 오름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상승세는 더 무섭다. 아이스크림은 전월대비 17.8%, 빙과류는 17.0%가 올랐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가격이 뛴 돼지고기도 전월보다 11.8%나 올랐다.
석유류 가격도 급등세다. 등유는 한 달 새 12.3% 올랐으며 취사용 LPG는 7.9% 올랐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연료로 쓰는 경유도 8.3%나 올랐다. 휘발유는 6.3% 상승했다.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인터넷에는 서민들의 사연이 쏟아진다. 한 네티즌은 “내일부터 떡볶이 순대 500원씩 올라요. 가스가 2000원 올라서 3만8000원 됐고, 어묵도 들어오는 가격이 500원 올랐기 때문”이라는 떡볶이 아줌마의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고물가에 업종별 희비=고물가에 따라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이 중심인 자동차 산업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면 외식산업은 발을 동동 구른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올해 2분기의 상장사 실적과 관련해 IT, 자동차 등 수출관련 업종은 좋은 반면 은행, 항공, 음식료품 등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이 나온 지 오래다.
산업 내 희비도 엇갈린다. 바뀐 교육정책과 가계지출 절감 차원에서 일반 학습학원에는 수강생이 몰리고 예체능학원의 수강생은 크게 줄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피아노학원을 그만두는 학생이 많다”며 “벌써 50여명 중 15명이 그만뒀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학원을 유지하기 힘들어져 학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학원 문을 닫고 출장강사로 뛸까 고심 중이다.
◆서민들, 아끼고 또 아끼고=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모(39)씨는 한동안 타지 않던 지하철을 다시 이용하기 시작했다. 차는 야근이 있을 때만 이용한다.
김씨와 같은 사례가 늘면서 자가용 이용자는 줄고 있다. 따라서 출근시간 파주, 일산에서 서울 용산까지 보통 60여분 걸리던 시간이 최근에는 30∼40분대로 줄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지출을 줄이려 홈플러스 대신 가까운 동네 슈퍼를 찾는 가정주부 채모(42)씨는 “돈을 아끼기 위해 올여름 휴가는 2박3일 정도만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 허리띠만 조여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자연스럽게 고물가를 헤쳐나갈 절약비법을 공유하는 카페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짠돌이경제스쿨’(cafe.daum.net/mmnix/)과 ‘짠돌이&짠순이들에 벼룩시장’(cafe.daum.net/jangdolee)은 무려 64만명과 2만3000여명의 회원이 몰리면서 인기카페로 등장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정부도 유통과정에 불합리한 점을 없애고 원가공개처럼 물가를 안정시키는 온갖 방법을 짜내고 있다. 그러나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만 해도 구청공무원과 지역을 돌면서 ‘값 좀 내리라’고 하면 가격을 내렸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물가가 치솟으며 인터넷에서는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 등에는 하루에 수백개의 관련 글이 오른다. ‘킹세종’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생활물가가 7%로 폭등한다고 한다. 4%를 위한 정부란다. 7% 이명박 지지율이란다”는 글을 올렸다. 이명박정부의 747공약을 빗대 물가고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내용이다.
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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