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평화협정 중단”… 대규모 공세 예고
파키스탄 군과 무장세력 탈레반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대대적인 무장단체 토벌 작전에 들어가자, 이에 맞선 탈레반이 정부와의 평화협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무장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탈레반은 새로 들어선 파키스탄 정부와 체결했던 평화협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29일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마울비 오마르는 “오늘 최고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가 평화협정의 즉각적인 효력 정지를 결정하고 탈레반 지도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며 “정부와 진행해온 모든 평화협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화협정 중단 선언은 정부가 평화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우리를 속였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의 평화협정 중단 선언은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인 페샤와르 지역 등에서 무장단체에 대한 대규모 소탕 작전에 들어간 직후 나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무장단체가 북서변경주 주도인 페샤와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보안군과 경찰 등을 동원해 카이버 지역 공격을 시작했다. 파키스탄 군은 지난주부터 와지리스탄 남부 잔돌라와 스와트 밸리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탈레반 등 이 지역 무장세력들은 파키스탄 군이 점차 목을 죄어오자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에 들어갔다. 탈레반뿐 아니라 스와트 밸리와 다라 아담 켈 부족지역 등에서 활동 중인 다른 무장단체들도 정부와의 평화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와 무장세력 연합이 조만간 전면전을 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마르 탈레반 대변인은 “정부가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탈레반은 조만간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며 대규모 공세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 군의 공세가 일회성 ‘정치쇼’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부는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 한바탕 무장단체 소탕 소동을 벌이지만, 그들(무장단체)은 잠시 흩어졌다 돌아온다”고 말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출범한 파키스탄 새 정부는 5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평화 정착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프간과의 국경지대가 국제 테러조직의 최대 은신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미국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은 무장단체 재건을 도울 뿐”이라며 파키스탄 정부를 압박해왔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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