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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 대성전 입구 회랑 가운데 설치된 사도 바울상.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바울은 그의 서간에서 ‘성령의 칼’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했으며 ‘칼’은 그의 별칭으로도 불린다. 서울대교구 주호식 신부 제공 |
올해 기독교 최초 전도자인 바울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8년 6월28일부터 2009년 6월29일까지 1년간을 바울에게 바치는 특별성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교황은 이 기간에 바울의 신앙과 영성을 본받고 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으며, 특히 전 세계 신도들 대상으로 특별 전대사(全大赦)를 수여하는 교령을 반포하기도 했다.
◆기독교사에 빛나는 인물 ‘바울’=바울은 민족적·지역적으로 머물던 기독교를 세계종교로 확산시킨 인물이다.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닷소 사람이었던 바울의 본래 이름은 사울. 한때 예수의 복음을 따르던 스테반을 돌로 쳐죽인 유대교 열심당원이었다. 그는 예수 사후, 예수의 제자들을 박해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향하던 중 환상으로 예수를 만나 회심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된다. 바울이라는 이름은 이때 예수가 새로 지어준 것.
기독교 최초의 전도자로 기록되는 바울은 그리스와 로마까지 들어가는 세 차례의 광범위한 전도여행을 통해 기독교를 전파했다. 신약성서 27권 가운데 로마서, 고린도 전·후서, 히브리서 등 13권을 바울이 직접 썼거나 그의 제자들이 기록했다고 한다. 바울의 서신인 로마서(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는 기독교의 핵심교리가 담겨 있으며 ‘성서의 보석’으로 통한다.
그는 로마서에서 ‘율법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했으며,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고 설파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르침을 전했다. 특히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로 시작되는 고린도 전서 13장은 인류의 가슴을 사랑으로 적시는 큰 가르침이 돼 왔다. 바울은 67년경 로마에서 네로 황제에 의해 순교당했으며, 그의 시신은 로마 성 바오로 대성전에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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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의 해 로고 |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도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전 교구와 수도회에서 오는 28일 저녁 미사 때부터 내년 6월29일까지 1년간 교구마다 9개 안팎으로 정해진 ‘바오로 해 순례성당’을 찾아 고해성사 등을 하는 신자들에게 전대사를 수여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28일 오후 7시 명동대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집전하는 개막미사를 갖는다. 또 명동성당, 절두산 순교성지성당, 중림동 약현성당, 새남터 성당, 삼성산성당, 대림동·목동·연희동·청파동 성당 등 9개 성당을 ‘바오로 해 순례성당’으로 정하고, 교구내 신자들이 1년 동안 순례와 기도를 통해 전대사를 받으며 사도 바울의 신앙과 영성을 본받도록 했다.
이 밖에 대구·광주대교구 등 다른 교구도 9개 안팎으로 ‘순례성당’을 지정해 전대사를 수여하는 한편,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수원교구는 바울의 선교정신을 고취하는 교리교육을 실시하며, 의정부교구는 ‘성년을 살다’라는 신앙생활 지침서를 발행해 배포할 예정이다. 대구교구는 ‘바울의 서간 읽기와 필사하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전주교구는 특별강론 등을 펼칠 계획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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