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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 한달' 집중 분석 해보니…

입력 : 2008-06-03 14:01:22 수정 : 2008-06-03 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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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反政집회로 '격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2일로 한 달을 맞았다.

처음에 ‘소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던 순수한 문화제 성격의 집회는 반정부 구호가 난무하는 거리투쟁으로 변했다. 집회 주축세력이 10대에서 20, 30대로 확 바뀌면서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고 경찰도 강경진압으로 맞대응해 양측의 격렬한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이번 사태는 소고기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 유보로 재협상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고시 유보가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소고기 수입 반대가 반정부 투쟁으로=정부가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지난달 2일 서울 청계광장에 처음으로 수천명이 촛불을 들고 모인 이후 2일까지 서울에서만 모두 26차례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4일 열린 17번째 촛불집회가 첫 거리행진으로 이어진 후 열흘째 거리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두 545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부상자도 시민과 경찰을 합쳐 모두 200여명에 달한다.

촛불집회가 시간이 갈수록 반정부 투쟁으로 바뀐 데는 주도세력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애초 문화제의 물꼬를 튼 것은 단순히 광우병이 두려운 10대 중고생들이었다. 이어 20대 대학생과 1987년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넥타이 부대’, 주부와 장년층 등이 가세하면서 ‘정부의 실정’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이끌어 냈다.

이는 촛불 문화제가 진행되면서 표현된 각종 구호에 잘 나타난다. ‘소고기 재협상, 고시 철폐’에 이어 ‘FTA 반대, 전면 백지화’를 거치더니 결국 “독재정권 타도,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노골적인 구호까지 등장했다. 지난 주말부터 수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가 되면서 일부 시위대가 광화문 일대를 점거하고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는 등 격렬한 양상을 띠며 반정부 투쟁으로 바뀌었다.

◆주도세력 모호한 집회=촛불집회에 참가한 기성세대들은 한결같이 “이런 집회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모차를 끌고 온 어머니들, 예비군들, 어른신들 등 각계각층,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하는 집회인 데다 뚜렷한 주도세력도 없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상경한 시위대도 있고, 전직 경찰 출신 모임인 대한민국 무궁화클럽 등도 참여했다.

거리시위 일주일째인 지난 31일에는 초기 등장했던 ‘확성기녀’나 ‘시위 유도차’마저도 없어졌다. 시위 행렬 앞에서 깃발을 들고 시위대를 이끌던 조직원들이 시민들의 반발로 시위 일주일 만에 모습을 감춘 것이다. 대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급식조, 의무조 등 역할을 분담해 질서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공안 당국이 제기한 배후설만 머쓱해졌다. 정모(30·대학원생)씨는 “정부는 배후를 운운하는데 사실 가보면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우왕좌왕하는 사법 당국=촛불집회는 문화제→거리시위→물리적 충돌 양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 대응 방식은 ‘관망→강경대응→평화시위 유도→초강경 대응’으로 오락가락했다.

경찰은 지난달 2일 첫 촛불문화제 후 이틀 만에 “문화제가 아닌 정치적 집회의 성격이 크다”며 주최 측 인사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엄포’에 그쳤다. 미국산 소고기 반대 여론이 워낙 거셌고, 정치적 구호 등을 빌미로 사법처리했다가는 괜히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소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난달 25일 경찰 대응 수위는 갑자기 높아져 나흘 동안 수백명이 연행됐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처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온 것도 원인이지만, 시위대에서 “청와대로 가자”는 구호가 등장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경찰 대응은 29일 장관 고시 이후 대규모 주말 집회가 예고되자 무더기 연행을 자제하는 듯했으나, 결국 지난 주말 일부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 앞 1㎞까지 다다르면서 경찰특공대 투입, 물대포 사용 등의 초강경 진압으로 이어졌다.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 표시=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는 광우병 소고기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정권에 대해 총체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그 원인으로 정부의 소통 문제를 꼽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소고기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한 달이나 됐지만 정부는 답 없는 외통의 길로 국민을 몰아갔고, 스스로를 몰아갔다”고 진단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최강식 사무총장도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의사표시에 나서는데 정치권은 국민과의 의사소통에 익숙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재홍·조민중·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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