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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버건디와 샤블리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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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5 15:01:33 수정 : 2009-02-25 15: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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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 WSET 대표강사.
>>버건디와 샤블리의 차이점

지금은 버건디(Burgundy)와 샤블리(Chablis)가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산지라는 걸 웬만한 와인 애호가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한때 미국에서는 와인숍에서 버건디를 달라고 하면 레드 와인을, 샤블리 하면 화이트 와인을 달라는 것을 의미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버건디는 레드 와인, 샤블리는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였다고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동쪽 내륙의 샴페인 지방 아래로 옆으로 좁고 아래 위로 길게 자리 잡고 있는 부르고뉴는 대서양 근처에 위치해 온화한 보르도와 달리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대륙성기후의 특징을 보인다.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와 달리 여러 품종을 섞지 않고 단일 품종으로 만든다. 레드 와인은 대부분 피노누와 품종으로,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블에 품종을 표시하지 않아도 무슨 품종으로 만든지 짐작할 수 있다.

사용하는 품종이 적다고 부르고뉴 와인이 단순하다고 추측한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와나 샤르도네는 다른 품종보다 더 예민하게 토양에 반응한다. 심지어 같은 마을 안에서도 포도밭마다 다른 스타일의 와인들이 탄생한다.

짙은 자주와 루비 빛의 보르도 와인에 비해 밝고 아름다운 루비 빛의 피노누아는 다른 레드 와인에 비해 산미가 좀 높은 편이며, 탄닌은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그리 많지 않고 부드러워서 잘 익으면 실크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숙성이 덜 되었을 때에는 체리, 딸기, 라즈베리 같은 붉은색 과일 향이 산미와 어울려 상큼한 맛과 향을 내고 숙성이 되면서 양배추와 같은 식물성 향이나 가죽 냄새, 시골의 흙이나 농장 냄새 등으로 발전한다.

샤르도네의 경우 소비뇽 블랑이나 리슬링 같은 다른 품종에 비해 품종 자체가 톡톡 튀는 풍미를 지니지 않았지만 이 품종도 토양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탄생한다. 서양 배나 사과 감귤류 같은 과일향이 나고 오크통에 숙성되면 와인이 견과류나 토스티한 향, 바닐라 향 등의 풍미를 지닌 무게감 있고 여운이 긴 화이트 와인이 만들어진다.

주요 세부 산지를 보면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샤블리가 있고 그 아래로 황금의 언덕이란 뜻의 코트도르, 코트 샬로네즈, 마콩, 보졸레 등의 지역들이 있다. 이 중 코트도르는 부르고뉴 와인의 중심지로 장기 숙성을 할 수 있는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코트 드 뉘 세부 지역과 묵직한 고급 품질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으로 명성 높은 코트 드 본으로 구성된다. 코트 샬로네즈는 코트도르만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품질 대비해서 좋은 부르고뉴 와인들을 만날 수 있다.

마콩은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데, 특히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르와르의 푸이 퓌메와 비슷한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샤르도네로 만든 푸이 퓌세로 유명하다. 가장 남쪽에 위치한 보졸레는 크게 분류할 때 부르고뉴 와인으로 포함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나온다. 주 품종도 가메라는 품종이고 양조 후 오래 숙성키시지 않고 빨리 마시는 과일 맛이 풍부한 상큼한 스타일의 가벼운 레드 와인을 주로 만들어낸다.

부르고뉴를 처음 갔을 때 보르도의 샤토들에 비해 소박한 양조장 시설이나 좀 더 시골스러운 포도밭 풍경들이 부르고뉴 와인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르도와 함께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이라지만 생산량은 보르도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돼 전반적으로 가격대도 비싸고 영세한 규모의 와인 생산자와 포도밭(클로 부조와 같이 한 포도밭을 몇 십 명의 사람들이 분할 소유하는 경우도 많다)이 많은 부르고뉴 와인은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높은 산처럼 가까이 하기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골라서 마셔야 하는 부르고뉴 와인은 나에게도 가끔씩 긴장감을 주는 와인이다.

WSET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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