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는 공공 장소 어디를 가도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따로 없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세계 최고의 사회복지국가가 왜 그럴까”하고 의문을 느낄 정도다. 그러나 일반 화장실을 장애인들도 똑같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정부 차원의 세심한 복지정책이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이미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지만 장애인 복지는 영락없는 후진국 수준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목숨을 내걸 정도로 위험하다. 지난해 말 현재 등록 장애인만해도 200만명이 넘는다. 당사자와 부모들이 등록을 꺼리는 예가 흔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시행돼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차별로 규정된다. 이 법만 제대로 지켜져도 그들의 생활 불편은 다소 해소될 것 같다.
‘비켜가면 벽이 되고, 다가가면 하나 된다’는 슬로건을 내건 제28회 장애인의 날이 어제였다. 각급 지방자치단체와 장애인 관련단체들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방송사들도 경쟁적으로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장애인에게는 일년 중 가장 바쁜 날이다. 이러한 외형적인 행사보다는 장애인을 솔선해서 배려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박병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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