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성탄제’로 친숙한 김종길(82·사진)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현대문학)를 펴냈다. 2004년 ‘해가 많이 짧아졌다’ 이후 4년 만이다.
언어로 꽃다발을 만들 듯 시집은 장미, 과꽃 등과 꽃나무들로 환하다. 팔순을 넘긴 시인은 “절망에 빠져 수없이 되뇌었던 말, ‘그래도 어디나 자연은 있다’는 60여년 간 내 입술을 떠난 적이 없다’”고 회상한다.
자연 예찬 외에도 작고한 동료 시인을 그리워하면서 생로병사를 사색하기도 한다.
“당신은 이 세상을 철저히 차단한 채/ 자기소외의 극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삶의 변두리를 서성거리고 있소.”(‘중환자실의 김춘수 시인’에서)
시인 장호, 김춘수, 초정 김상옥을 먼저 보낸 그는 담담하게 죽음을 자각한다. 비관에 젖거나 짐짓 허세를 부리는 일은 없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한 잎 가랑잎/ 머잖아 흙으로 돌아가 필경에 흙이 될 것을./오늘 아침엔 길가의 추운 벤치 위에서 잠시/ 한 잎 가랑잎과 자리를 함께해보는고나.”(‘가랑잎 한 잎’에서)
자신의 육체적 쇠약을 의식하지만, 무기력하게 체념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자신의 시를 스스로 비판하고 반성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괄괄하다.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한, 그의 시는 늙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시랍시고 쓸 바에는/ 진작 붓을 꺾을 것을 하고/ 후회도 해보지만 여전히//(…)이 무슨 늘그막의 미망(迷妄)인가.”(‘이것도 시랍시고’에서)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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