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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억 문화체육부 기자 |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판은 하나 하나가 작은 예술품이다. 상호와 문양이 새겨진 아담한 크기의 간판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한 철제 수공예품이다. 이 거리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큼지막한 원색 간판은 찾을 수 없다. 발리,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는 물론 맥도널드 같은 다국적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발리는 실제 크기의 구두 문양을, 맥도널드는 작은 ‘M’자를 만들어 내걸었다.
이 거리를 기자와 함께 찾은 한국인들은 “간판이 도시를 이렇게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구나”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이 거리에 ‘유럽에서, 아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최상급의 수식어를 자신있게 붙일 수 있게 한 것도 바로 이 간판들이다. 거리의 간판이 문화상품,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집 근처 상가의 간판이 생각났다. 매일 아침 출근길 붉은색, 노란색 등 원색의 간판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답답해졌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지럽고 요란한 간판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가 간판 정비에 나선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그러나 서울 도심의 간판을 보며 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했던 기억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어느덧 게트라이데 거리를 모두 지나쳐 큰길에 이르렀다. 발걸음을 되돌렸다. 아름다운 간판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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