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로 특유의 화풍은 그의 말년작 ‘제우스와 세멜레’에 잘 나타나는데, 마치 사후세계처럼 기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출생장면을 담은 그림이다. 각종 상징물이 난해하게 흩어진 가운데 제우스가 휘황찬란한 왕좌를 배경으로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무릎에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 세멜레가 안겨 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아름다운 여인들의 후원자인 제우스가 아름다운 처녀 세멜레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헤라 여신은 지옥 불보다 무서운 질투에 휩싸인다.
세멜레를 벌하기로 결심한 헤라는 유모로 변해 속삭인다. “요즘 사기꾼이 많으니, 진짜 제우스신인지 확인해 보세요. 진짜라면 당당하게 번개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줄 겝니다.” 순진한 세멜레는 헤라의 꾐에 빠지고,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 요구한다. 영문을 모르는 제우스는 뭐든 들어주겠다며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한다. 뒤늦게 세멜레의 소원이 죽음을 재촉하는 것임을 안 그는 깊은 슬픔에 잠기지만, 맹세를 실천해야 했다.
결국 그녀의 바람대로 제우스는 신의 광휘와 번개를 몰고 나타나고, 인간의 모습으로는 신의 광영을 대면할 수 없기에 세멜레는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숨지고 만다. 제우스는 그녀의 몸에서 태아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나머지 달을 채워 비로소 디오니소스가 탄생한다. 출생 이후 그는 미지의 섬에서 님프들 손에 길러진다. 지금으로 보자면 어머니의 신체 건강상의 이유로 조산하여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 아기의 원조라 할 수 있겠다.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은 부모에게 지워진 숭고한 의무임과 동시에 부모 자신에게도 큰 삶의 원동력이다. 반대로, 축복 가운데 아이를 양육할 수 없다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홍콩에 있는 네덜란드 외교관 부부가 자신들이 입양했던 한국인 여아 제이드를 6년 뒤 파양했던 사건은 최근 국제사회를 커다란 충격에 빠뜨렸다. 언론들은 ‘버림받은 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고 NGO는 각 정부의 조사를 촉구했으며, 국내외에서 입양 지원자가 줄을 서기도 했다는데,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본격화된 해외입양은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점차 감소해 그간 한국이 지녔던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입양이 단순히 제도적 지원이나 경제적 보조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님을 제이드양의 사례는 보여준다.
아이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거대한 사건이기에 실제 ‘가슴으로 낳는’ 준비와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아이 역시 몸만 빼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진통을 경험해야 한다.
이같이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희미한 유년시절을 겪는 입양아동이기에 스티브 잡스나 토비 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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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아이들의 제2의 출생을 마음껏 축복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말이다. 끝으로 제이드양이 좋은 가족을 만나 더욱 사랑받고, 행복할 권리를 마음껏 누리길 기원한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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