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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능선에 눈꽃세상이 펼쳐졌다. 등산객들은 눈꽃 터널을 숨바꼭질하듯 거닐며 겨울이 안겨준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
설천봉에서 향적봉(1614m)으로 가는 등산로는 눈꽃터널이다. 나뭇가지에 만발한 눈꽃이 하얀 사슴뿔 마냥 엉키어 하늘을 가렸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날씨다. 눈꽃이 제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드득 떨어진다.
눈꽃 터널을 지나는 사진가들은 마음이 급하다. 서둘러 향적봉에 올라 덕유산의 황홀한 설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한다. 오늘처럼 날이 맑으면서 눈꽃이 제대로 피는 날은 일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 밤새 눈이 내렸다가도 아침에 바람이 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눈꽃이다. 또 눈꽃이 피어도 정상부는 구름에 숨어버리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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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주릉의 파노라마. |
덕 유산은 눈꽃과 함께 빙화(氷花)가 자주 피어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빙화는 비가 내리다가 기온이 급강하면서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피어난다. 또 맑은 날에 눈꽃이 녹아내리다 차갑고 강한 바람이 불 때 피기도 한다. 그러나 빙화가 피는 날은 춥다. 특히, 산정에 부는 바람은 살을 엘 듯이 매섭다.
향적봉에는 수십명의 사진가들이 진을 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눈꽃 트레킹에 나선 이들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대자연이 연출한 황홀한 풍경에 취했다. 일년에 한달은 향적봉을 찾는다는 부산의 한 아마추어 사진가는 “오늘같이 포근하면서 날이 맑고, 화려한 눈꽃이 핀 풍경은 처음”이라며 서둘러 중봉으로 향했다.
향적봉 정상의 파노라마는 감탄 그 자체다. 덕유산이 세상의 중심이 된 것처럼 보인다. 중봉에서 지봉을 거쳐 추풍령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의 자태가 장쾌하다. 서쪽으로는 덕유산 주릉의 끝에 남덕유와 장수덕유가 송골매의 날개처럼 솟아 있다. 그 뒤로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노고단으로 줄달음질 쳐 나간 지리산 주릉이 선명하다. 남쪽의 산들은 농도를 달리하며 수묵화처럼 겹치고 포갠 채로 이어졌다. 그 끝은 한려수도에 떠 있는 섬에 솟은 산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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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서 등산객들이 산행을 즐기는 가운데 덕유산 주릉 너머 지리산 천왕봉(가운데 끝)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
중봉으로 가는 길에도 눈꽃터널은 끝이 없다. ‘동화 속 세상’으로 안내하는 눈길은 종종 곁가지를 친다. 그 길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한다. 천년풍상을 견뎌낸 주목이 눈꽃을 이고 있다거나 덕유산의 주릉이 펼쳐진 전망대다. 또, 그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고 박혀 있는 사진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향적봉에서 1㎞ 거리의 중봉(1594m)은 향적봉과 함께 덕유산을 대표하는 봉우리다. 향적봉은 좌우로 밋밋한 산세라 정상다운 맛이 부족하다. 또 향적봉 대피소 위에 통신 안테나가 높아 솟아 있어 남덕유로 이어진 아름다운 주릉의 모습을 가린다.
그러나 중봉은 다르다. 중봉에서 동엽령까지는 150m 이상 표고차가 난다. 중봉 전망대에 서면 동엽령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로 이어진 덕유산 주릉의 드라마틱한 모습이 한눈에 든다. 겨울 깊은 덕유산을 찾아나선 이들이 새하얀 눈꽃세상 너머로 깨알같이 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봉에서 길이 나뉜다. 동쪽으로 잡으면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로 간다. 백련사로 접어든 순간 등산객이 눈에 띄게 준다. 사진가나 관광 삼아 나선 이들의 대부분이 중봉에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제대로 산행을 하려는 이들만 두 패로 나뉘어 동엽령과 오수자굴로 향한다.
중봉에서 오수자굴까지는 1.4㎞. 부드럽던 능선은 오수자굴을 코앞에 두고 가파른 내리막으로 변한다. 그래도 무릎까지 쌓인 눈 탓에 내려가기가 한결 쉽다. 오수자굴은 깊이 10m, 폭 10m의 자연동굴이다. 중봉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동굴 속에는 종유석처럼 아래에서 위로 자라는 고드름이 눈길을 끈다.
덕유산(무주)=스포츠월드 글·사진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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