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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환 원장 “中企 스스로 다가오는 시스템 갖추겠다”

입력 : 2007-12-24 09:09:56 수정 : 2007-12-24 09: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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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100일 맞는 한국 생산기술원 나경환 원장
◇나경환 원장은 “중소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원의 모든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이 설립 18년 만에 첫 내부인사 출신 원장을 만나 환골탈태의 노력을 꾀하고 있다.

생기원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89년 설립된 과학기술부 산하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기업들은 생기원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내부적으로도 현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신임 원장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노력이어서 결과가 더욱 기대된다.

취임 한달 반 만에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제8대 생기원 원장 나경환(51) 박사를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서울사무소 집무실에서 만났다. 나 원장은 첫 내부 승진 인사인 동시에 역대 최연소라는 기록을 함께 세웠다.

―열흘 뒤면 취임 100일입니다. 감회가 어떠신가요.

“큰 영광이죠. 직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큰 짐(부담이라고 설명)을 진 기분입니다. 조직의 외형이나 인력이 최근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우리는 한 지역에 모여 있지 않고 전국 지방으로 분산됩니다. 규모는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분산형 연구조직의 운영체계를 잘 갖추기 위한 기초 마련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라는 게 뭔가요.

“본원과 지역조직 간에 유기적인 운영이 잘 안 됐습니다(생기원은 본원이 천안에 있고, 인천·안산·광주·부산 등에 지역 연구센터가 개설돼 있다). 지역개념과 기술개념도 혼재돼 있습니다. 어떤 곳은 지역센터 개념이고, 어떤 곳은 기술센터 개념입니다. 이렇게 가면 종국엔 기능들이 중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복 문제는 국가 R&D정책에서도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연구조직을 어떤 형태로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의 결과는 언제쯤 나타날까요.

“외부 컨설팅 등 관련 작업이 이미 진행 중입니다. 내년 1∼2월이면 결과가 나옵니다. 그 결과를 갖고 공청회도 하고 부처들과도 협의해 새로운 지역관리체제를 만들 계획입니다. 운영형태도 지금은 본부에서 예산을 나눠주고 심사하는데 앞으로는 지역조직 책임자에게 운영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줄 것입니다. 그게 잘 되면, 생기원 설립 당시부터 모델로 삼아 온 독일 ‘프라운 호퍼 연구소’의 체제를 약 20년 만에 구현해볼 수 있게 될 겁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입니까.

“조직 전반에 대한 평가와 분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행했던 사업,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업종별·기업별 기술지원 내역, 조직 및 연구원의 역량 분석 등 기초적인 데이터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효과적으로 알리고 다가가지 못한 겁니다. 10개 중점 연구분야, 25개 중점 추진사업을 선정했습니다. 연구 역량을 분석해 중점 연구분야를 재설정하고, 이를 지역특화전략과 연계시키고, 연구조직도 새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하냐면, 궁극적으로 생기원이 지역센터를 늘려갈 텐데 몇 개를 늘릴 것인지 기준조차 모호합니다. 하지만 내년 2∼3월이면 생기원이 새로운 10년, 20년을 어떻게 꾸려갈지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 원장은 마치 원장이 되기만을 기다린 것 같다는 말에 모두가 고민했던 문제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역센터들이 작년과 올해 들어 속속 문을 열면서 사업을 벌이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됐을 뿐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나 원장은 흔히 제시하는 경영이나 연구 실적 등의 목표치가 없냐는 질문에도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다가가고, 그들이 다가올 수 있도록 시스템만 잘 갖춰놓으면 임기 중 예산을 얼마 따내고 계약고를 몇 퍼센트 늘리겠다는 등의 숫자는 뒤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느 누구도 노출하고 싶지 않은 게 정상인 내부 문제점들조차도 긴 시간 솔직하게 털어놓고 고민하는 원장의 모습에서 이제 우리도 프라운 호퍼와 같은 세계적인 권위의 연구조직을 기대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엿보였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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