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도에 개봉했던 영화 <가슴달린 남자>의 여자 주인공은 사회 초년생으로 잔심부름만 하는 일상에 염증이 날대로 난 상태다. 여자로서 갈 수 있는 사회적 위치를 한탄하며 그녀는 남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슴을 압박 붕대로 감는 등 변장을 통해 그녀는 완벽한 남자로 거듭난다.
영화 속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야 하는 사회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슴을 감췄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는 하얀 와이셔츠 속 압박 붕대를 둘둘 감고 가슴을 숨긴 채 살아가는 남성들이 실로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형유방으로 인해 당당히 가슴을 펼 수 없는 비탄에 빠져 있다.
여유증, 여유만만한 병이 아니다
여유증은 여유가 흘러넘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여성형유방증의 줄임말로 남성의 유방에 유선조직과 지방조직이 쌓여서 여성처럼 가슴이 커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성에게 봉긋한 유방이 있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당혹스러운 일이겠지만, 실제로 외국의 통계에 따르면 7%에서 35% 정도가 여유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발생빈도가 적어 생소하게 느껴질 테지만, 이미 여유증으로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들의 횟수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인들에게 흔한 질환
사춘기 17~18세에 흔히 나타나게 되는 여유증은 여성호르몬에 대한 유선조직의 민감한 반응으로 유방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호르몬 불균형이 있거나 신장, 갑상선과 같은 신체 장기에 이상이 있을 때도 여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여유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된다. 지방으로 인한 고칼로리 식습관을 유지하는 서구에서 여유증이 많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아 고칼로리 섭취가 여유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정확한 진단으로 남성으로 복귀하기
사춘기에 발생할 경우 2년이 지나도 유방이 없어지지 않으면 여유증으로 확진한다. 청소년 여유증의 경우 진단 후 대개 가슴이 들어가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증으로 진단하기가 어렵다.
여유증은 지방이 축적된 경우와 유선조직이 함께 발달한 경우로 나뉜다. 지방만 있을 경우 레이저를 통해 지방흡입술로 시술할 수 있다. 지방과 유선조직이 함께 발달한 경우에는 두 가지를 모두 제거 할 수 있는 초음파 장비를 이용한 시술 방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지방조직만을 제거하는 상태다. 여유증 환자들은 지방과 유선조직이 함께 발달된 상태라, 지방조직만 떼어낼 경우 완치가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여유증 시술 전문 병원인 여우성형외과의 경우, 지방과 유선조직을 함께 제거하는 초음파 시술을 도입하여 완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방만 떼어낸 환자들을 위한 재수술도 병행한다.
여유증 시술은 수면마취와 국소마취로 진행되며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2~3일 정도는 통증이 있을 수 있어서 가능한 가슴 근육에 무리한 힘을 가해서는 안 된다. 시술 후 4주면 완전히 회복 할 수 있으며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 좋다.
금요일이면 여유증 환자들을 위한 클리닉을 열고 있는 여우성형외과 빈철원 원장은 “시술 전 후로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흡연은 조직을 파괴하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시술 2주전에는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여유증은 복합적인 시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많은 전문병원에서 시술 받는 것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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