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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을 희화화한 미국 영화 ‘핑크 팬더’. |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최성욱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1만3000원
한국인에게 ‘미국’이라는 단어에는 그야말로 애증이 담겨 있다. 부러워하면서도 비난하기도 하고, 가고 싶어하면서도 가는 사람을 비난하기도 한다. 3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환상은 대단했다. 쉽게 갈 수 없는 것은 물론,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듣는 미국은 그야말로 꿈과 기회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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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용 지음/나남/1만원(왼쪽)미래를소유한사람들/1만3000원 |
1980년대 이후 반미 감정이 거세지고 여행자유화 이후 미국이 더 이상 꿈과 기회의 나라인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미국영화를 보고 미국음악을 듣고, 아이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미국 이민을 꿈꾼다. 유학·연수·근무 등으로 미국에 몇 년씩 살다 온 사람도 흔하고 미국에 친지 한두 명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국은 가까운 나라지만, 아직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단상은 단편적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살았던 전·현직 기자 2명이 최근 펴낸 2권의 책은 10여 년 전쯤 유행했던 ‘미국 체험기’와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 언뜻 볼 때는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 미국에 살면서 주의해야 할 점, 정착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점, 우리가 미국에 대해 미처 몰랐던 점 등을 설명해주는 흔하디흔한 실용서 수준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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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을 커플로 등장시킨 ‘코만도’. |
그러나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사회를 관찰하는 예리한 눈길은 책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고 몇 년 후 방송국 특파원으로 다시 미국 생활을 했던 유재용씨는 본인을 ‘afkn 키드’라 명명한다. 많은 30대가 동감하겠지만, 70∼80년대 주한미군용 방송이었던 afkn은 당시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영화·드라마·만화·다큐멘터리 등을 틀어주는, 별세계 같은 방송이었다.
afkn과 함께 유년기·청소년기를 보낸 저자는 afkn의 드라마와 쇼, 영화로 미국 사회의 현실을 배웠고, 성년이 돼서 미국에서 유학과 직장생활을 하며 이를 ‘검증’한다. 결론적으로 그가 afkn에서 배운 내용들은 거의 다르지 않았으나, 현지에서 본 미국은 다소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그동안 그가 보아온 영화와 드라마는 미국의 허영심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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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주인공이 테러리스트와 싸움을 펼치는 드라마 ‘24’. |
취재차 미국을 오가다가 결국 미국에 살게 된 최성욱씨는 좀더 깊이 있게 문제점을 파헤친다. 그는 살면서 느낀 미국의 문제점을 로비스트에 의해 정치경제적인 중요 이슈가 결정되는 상황, 이민자들이 살기 어려운 현실, 허구로 뒤덮인 미국의 대중문화 등 50가지로 정리했다.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저자는 미국 사회의 많은 점에 대해 똑같은 문제점을 느낀다. 의료보험료가 비싸기만 하고 일반 서민에게는 의료 혜택이 전혀 없는 미국이 진정 복지국가인가? 대도시에 대중교통도 거의 없고 인터넷 연결이나 간단한 민원도 제때 해결되지 못하는 나라가 강대국인가? 총기나 마리화나를 아무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가 살기 좋은 곳인가? 외국에 오래 살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고국이 미친 듯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의 매력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시대의 인재가 되기 위해 꼭 미국에 가야 하는 것인가? 자녀교육의 종착점은 미국인가? 두 책은 많은 의문을 던져준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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