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포수 채상병(28)의 올시즌 정규리그 타율은 0.237. 22일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수비형 포수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채상병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화끈한 방망이를 뽐냈다. 2-2로 맞선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좌월 솔로홈런을 뿜어낸 데 이어 5-3이던 6회 2사 1루에선 1타점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렸다. 1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공포의 8번 타자로 빛나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두산은 2003년 말 정수근의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로 롯데 투수 문동환을 지명한 뒤 당시 유승안 한화 감독과 사전 조율 끝에 곧바로 채상병과 맞바꿨다. 1998년 2차 5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채상병은 당시 입단 2년차. 문동환이 3차례의 팔꿈치 수술 후 재활했다고는 하나 객관적으로 한화가 잘한 것처럼 보였다. 이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2004년 15패(4승)를 당한 문동환은 이듬해 10승(9패) 투수로 발돋움했고, 지난해 16승(9패)을 거두며 우완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반면 채상병은 2004년 백업 포수로 15경기만 뛴 채 그해 말 ‘병풍(군복무 비리)’에 연루돼 군에 입대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투수가 아쉬운 두산 입장에선 에이스급 투수 한 명을 놓친 셈이었다.
올 시즌 중반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5월까지 6승을 거둔 문동환이 6월 첫 등판에서 고관절 및 디스크 증상을 보이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5월 군 복무를 마친 채상병이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던 홍성흔을 제치고 주전 마스크를 쓴 시점과 엇비슷하다. 채상병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다만 경험부족이 흠. 그것도 기우였다.
채상병은 이후 그동안 트레이드 손해를 보상하려는 듯 리오스-랜들 원투펀치와 젊은 투수들을 이끌며 두산을 강팀 반열에 올려놓는 등 벤치에 두터운 믿음을 심어줬다. 한 술 더 떠 데뷔 뒤 처음으로 치른 포스트시즌임에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해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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