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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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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9-04 00:00:00 수정 : 2007-09-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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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피트리온은 그 제의를 가절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여우를 물리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여우는 보통의 여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상 이 여우는 영악하고 꾀가 많은 여우였다. 이 암 여우는 아주 민첩하여 세상의 어떤 사냥개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이 여우를 몰아내는 일이 녹녹치 않음을 암피트리온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사랑하는 알크메네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남자란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걸 수도 있고,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을 만큼 무모한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희소식이 있었다. 아테네의 케팔로스가 가진 개라면 능히 그 여우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케팔로스는 이 개를 아르테미스로부터 선물로 받은 아주 뛰어난 사냥개였다. 이 사냥개는 라이라푸스라는 이름을 가진 개로 세상에 그 무엇이든지 따라 잡을 수 있는 아주 용맹하고 빠른 사냥개였다. 암피트리온은 만사를 제쳐놓고 케팔로스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케팔로스 님, 당신의 사냥개를 꼭 좀 빌려주시오. 그러면 그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든 할 것이오.”

“내 사냥개를 빌려달란 말이지요.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오. 이 사냥개는 나에게는 둘도 없는 아주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오.”

완곡하게 그의 청을 거절하는 케팔로스의 표정을 보니 도무지 그 사냥개를 빌려줄 것 같지가 않았다. 케팔로스는 외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그의 말대로 그 사냥개는 그의 유일한 친구와도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암피트리온으로서도 그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영악하고 빠르고 민첩한 그 암 여우를 물리치고, 언제나 눈에 선한 알크메네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라이라푸스를 빌려서 암 여우를 물리치는 도리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케팔로스 님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러면 내가 기어이 타포스를 물리치고 그 곳에서 얻을 전리품의 절반을 틀림없이 나누어 줄 것이오.”

그렇게 하여 케팔로스에게 사냥개를 빌린 암피트리온은 테베로 향했다. 그의 마음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뻤다. 그만큼 그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우 사냥을 시작했다. 여우와의 사냥개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세상의 무엇이든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사냥개답게 라이라푸스는 아주 민첩하고 빠르게 여우를 향해 내달았다. 금방이라도 여우는 잡히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암 여우도 만만치 않았다. 요리조리 발도 빠져나갔다. 그러자 암피트리온의 가슴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실상 이 암 여우는 헤라가 풀어 놓은 것으로 그 어떤 사냥개라도 잡을 수 없는 여우였으니 이 싸움은 끝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내이긴 했지만 은근히 아내인 헤라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제우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제우스는 암 여우와 사냥개의 물고 물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그 사냥을 끝내기로 했던 것이다. 그것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쪽은 무엇이든 다 잡을 수 있는 사냥개였고, 한쪽은 그 무엇에도 잡히지 않는 여우였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생각다 못해 이 둘을 돌로 변하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암피트리온은 자신의 과업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단지 케팔로스는 자신의 소중한 사냥개를 잃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피트리온은 의기양양하게 테베의 왕 크레온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크레온에게 요청했다.

“왕이시여, 나 암피트리온은 약속대로 암 여우를 퇴치했소이다. 그러니 내가 타포스를 물리칠 군사를 내어주시오.”

그렇게 하여 암피트리온은 군사를 얻어 출병하게 되었다. 기왕에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케팔로스도 이 전쟁에 우군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암피트리온의 숙부인 헬레이오스, 파노페우스, 로크리스 군대의 일부 등도 그의 우군으로 이 전쟁에 참여했다.

원정군은 타포스 섬을 향해 함대를 진군시켰다. 타포스 섬에는 프테렐라오스가 테레보에스인의 왕이 되어 있었다. 이 왕은 포세이돈의 아들인데, 포세이돈은 프테렐라오스에게 황금 머리카락을 심어 주었다. 이 머리카락이 머리에 붙어있는 한은 그는 불사신이고, 그가 다스리는 나라는 멸망하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암피트리온이 아무리 공격한다 해도 이 도시를 점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포세이돈을 능가하는 신이 개입하지 않는 한 그 싸움은 불 보듯 뻔 한 싸움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던 암피트리온은 보무당당하게 그 성 앞에 진을 치고는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프테렐라오스는 좀처럼 성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차례 공격일 감행했지만 좀 체로 그 성을 함락시킬 수가 없었! 다.

그런데 마침 성루 높은 곳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던 공주 코마이토가 암피트리온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가 본 암피트리온은 너무나 멋져 보였고 차라리 아름다워 보였다. 비록 적장이긴 하지만 그 순간부터 코마이토는 암피트리온에 빠지고 말았다. 그녀의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칫 이 싸움에서 암피트리온이 죽음을 당할까봐 전전긍긍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암피트리온의 사랑을 얻고 싶었고, 단 한번만이라도 그를 직접 만나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를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그러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던 코마이토, 그녀의 마음의 기울기는 암피트리온에게 기울었다. 그녀는 그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결심을 굳힌 그녀는 아버지가 잠든 사이에 몰래 아버지의 머리에서 황금 머리카락을 뽑았다. 그리고는 몰래 성을 빠져나와 암피트리온의 진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여지없이 적군의 병사들에게 발각되었다.

“아니 네년은 누구기에 여기에서 어물거리느냐?”

“난 이 성의 공주 코마이토라고 해요. 여기 대장님을 만나러 왔어요. 꼭 전할 말씀이 있으니 나를 안내해 주세요.”

이 소식을 접한 암피트리온은 일단 그녀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래.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뭔가?”

그러자 코마이토는 수줍어서 얼굴을 붉히더니, 잠시 후 용기를 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낮에 망루에서 장군님을 내려다보았어요. 그리고는 그 순간부터 장군님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온통 내 머리 속에는 장군님 생각으로 꽉 차있단 말이에요. 그것뿐이에요.”

“아니 그렇다고 이 적진에 겁도 없이 왔단 말이냐? 필시 너는 이곳을 정탐하러 온 것이 틀림없으렷다. 여봐라, 이 년을 당장 잡아 족쳐서 자백을 받아내라.”

그러자 코마이토는 급히 암피트리온 앞에 꿇어 엎드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잠깐만, 잠깐만요. 장군님. 왜 내 진심을 몰라주세요. 장군님이 아무리 공격을 해도 이 성은 무너지지 않도록 되어있단 말예요. 여태까지 이 성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우리 아버지의 머리에 있는 황금 머리털의 신비한 힘 때문이란 말예요. 자 그래서 여기 내가 아버지를 죽게 만들면서까지 이 머리털을 뽑아왔단 말예요.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시다니요. 난 단지 장군님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한 거라니까요. 제발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그러나 암피트리온은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에게 호통을 쳤다.

“이런 천하에 발칙하고 불효막심한 년! 아무리 그렇기로 인륜을 어기다니. 내 용서치 않을 것이니라. 당장 이년의 목을 쳐서 그 목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보내라.”

과연 암피트리온은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죽일 것인지 다음 주에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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